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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바둑산책>진로盃 3연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바둑의 벽은 역시 두텁고 탄탄했다.지난 23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두어진「眞露盃세계최강전」의 한.일 주장전에서 李昌鎬6단이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9단을 상대로 執白 2백25수만에 9집반을 이김으로써 한국팀이 이 棋戰의 3連覇 를 이룩한 것. 작년에도 曺薰鉉9단에 패해 우승을 빼앗겼던 일본팀 주장 다케미야9단은 이번에도 曺.李 사제지간의「겹수비」를 끝내 뚫지못했다. 「創業보다 守成이 어렵다」는 말이 있거니와 작년에 4대 세계기전을 석권해 이른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한국프로바둑이과연 금년에도 그 영광을 지킬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이렇듯 출발이 좋아 일단 그 전망이 밝아진 셈이다.
예상했던대로 雪辱의 결의에 가득찬 일본의 도전은 거셌다.결과적으로 한국팀이 우승했지만「요다(依田)돌풍」에 휘말려 혼쭐이 났던게 사실이며 바둑황제 曺9단이 요다를 잠재우고도 다케미야를막지못해 李6단까지 나서는 풀세트(?)접전을 벌 여 더욱 흥미롭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진행이었다.
22일 曺9단이 그답지않은 拙局(두어차례 승기가 있었지만)을빚은데 비해 李6단은 完勝을 거둔 내용이어서 통쾌하다.예의「宇宙流 포석」으로 보는이를 감탄케하던 다케미야9단이 상대를 의식한 나머지 갑자기 귀를 젖혀잇는(흑25,27)방 향착오를 범해일찌감치 대세가 기울었다.李6단은 고비마다 정확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다케미야의 추격에 쐐기를 박은 끝에 무난히 결승점에 골인했다. 한국팀의 작전도 돋보인다.李6단을 맨 마지막에 내보낸점이 바로 그것이다.李6단이 세계 정상급들에게는 대단히 강한 반면 한단계 아래 수준에게는(요다.芮乃偉등)의외로 실수하는 경향이 있어 출장순서를 과감히 바꾼 것이 그대로 적중했으 니 말이다. 이번 대회는 참으로 극적인 요소가 많았다.①徐奉洙9단의4연승②요다9단의 5연승③중국팀의 전멸③15명의 3개국 선수중한판이라도 승점을 올린 사람은 徐,요다외에 曺(2승),다케미야(1승),李뿐이며 李6단만이 유일한 무패자라는 점등 이다.
『요다를 탈락시킨 것으로 제임무는 완수했지요.끝내기야 昌鎬몫아닙니까.』『진팀의 5연승은 결과적으로 무의미해요.우승팀의 4연승이 더욱 값진법입니다.』제자의 승리가 굳어질 무렵 曺9단이한말이 재미있다.
사실 요다9단은 충격과 불만이 큰 눈치다.첫째,자신의 5연승을 빛바래게한 팀 동료들이 원망스러울 것이고 둘째,李6단과 싸울 기회가 없었던 점이 불만일게다.그뿐이 아니다.
중국기원의 프로기사 연구실에 한국바둑서적이 즐비하고,모두들 한국기보만 연구하는 점을 발견해 까닭을 물었다가『세계 최강인 한국바둑을 공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던 것이다.『참으로 야릇한 기분이더라』는 요다9단 의 술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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