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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본파리> 9.학예발표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프랑스 국민학교에도 학예발표회가 있다.
학교강당이나 마당에 마련된 무대에서 각 학년 또는 학급별로 준비한 볼거리를 학부모들에게 제공한다는 학예발표회의 기본양식은우리와 같다.
그러나 프랑스의 학예발표회는 학부모들의 철저한 참여 속에 이루어지며,특히 아빠들이 적극 참여한다는게 우리와 다르다면 다른점이다. 학교 선생님들은 각자 맡은 공연 내용에 따라 아이들에게 무용을 가르치거나 연극을 연습시키거나 노래나 연주를 가르치는 일만 하면 된다.그 나머지는 모두 학부모들 몫이다.
프랑스에는 각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조직된 학부모회가 있다.학예발표회가 결정되면 학부모회가 열려 각자 할 일을 분담하게 된다.무대를 꾸미는 일은 학부모 가운데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맡게 되고 음향시설.악 기등 학예회에 필요한 장비와 소도구를 준비하는 일도 각자 형편에 따라 나눈다. 어찌 보면 프랑스의 학예발표회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이봉사하는 날이기도 하다.아이들은 각자 정해진 공연만 끝내고 나면 학교마당에 설치된 갖가지 놀이마당에서 신나게 뛰어 논다.
식사시간이 되면 엄마들이 나선다.학교마당에 긴 테이블을 설치하고,준비해온 음식을 죽 늘어 놓는다.종이접시에 필요한 만큼씩각자 덜어 먹으며 학부모끼리,또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어울려 대화의 꽃을 피운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면 이 자리를 빌려 인사를 나누고,아이들과학교 얘기며,세상 돌아 가는 얘기등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다.
학예발표회를 하고 나면 학부모와 학부모,선생님과 학부모 사이가더욱 가까워진다.
프랑스 학교에서는 학부모회가 자주 열리는 편이다.
평균 두달에 한번 꼴로 열린다.학기초에 열리는 회의에서는 새로 일할 임원들을 뽑고,선생님으로부터 수업계획에 대한 설명도듣는다.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수업계획에 대한 건의도 하며 교사들은 이를 수업에 참고한다.
프랑스의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파하는 곳이 아니다.주민공동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겸하고 있다.
[裵明福=前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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