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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승인·경제지원 아직 일러”/레이크 백악관 보좌관 연설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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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핵해결 되더라도 「미사일 수출」등 불용/3단계 고위급회담 앞서 미 입장 공식화
앤서니 레이크 미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지난 24일 예일대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대외수출,인권·테러문제와 재래식 군사력에 의한 위협 등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항상 예측불가능한 행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정부는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크 보좌관 발언은 북한 핵사찰 실시후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북미 실무접촉이 사실상 타결된 시점에서 나온 것으로 북한과 미국의 포괄적인 관계개선 문제를 다룰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사전에 미국의 입장을 공식화하려는 의도로 보여 주목된다.
이와관련,마이크 매커리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레이크 보좌관의 연설내용을 주의깊게 관찰할 것을 권고하고 이를 매우 중요한 연설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미 비공식접촉 미국측 대표인 토머스 허바드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도 이날 아메리칸대학 연설에서 레이크 연설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해 12월 뉴욕 실무접촉에서 북한과 핵사찰 실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을 당시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북한과의 비공식접촉에서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할 경우 3단계 고위급회담을 개최,북한에 대한 외교적 승인과 경제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약속한바 있다.
그러나 레이크 보좌관 연설은 이같은 문제들을 타결하기 위해 앞서 선결돼야 할 요소들을 제시한 성격이 짙다. 미국이 핵문제외에 북한과의 협상에서 북한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낼 조건들이 무엇이냐는 것들을 예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 전망에 대해 미국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서로 상반되게 말해왔다.
카네기재단 셀리그 해리슨 연구원은 지난 24일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사찰에 동의하더라도 미국의 대북한 외교적 승인과 경제지원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 수출을 계속하고 인권이 개선되지 않는한 미정부가 의회에 북한에 대한 외교적 승인을 요청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리슨 교수는 또 대북한 경제지원문제도 의회가 95회계연도 예산에서 대외지원 재정을 대폭 삭감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미국 행정부가 대북한 경제지원 방안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미정부가 북한을 외교적으로 승인하는 문제가 그리 큰 어려움이 수반되는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한 분석가는 미사일 문제의 경우 3단계 고위급회담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더이상 미사일의 대외수출을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테러문제는 지난 87년 이후 북한이 더이상 테러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의회에 강조,설득하면 예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권개선 문제는 오랜 시일이 걸리는 문제지만 이것도 정부가 의회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경제지원문제는 미국이 연방예산에서 북한을 지원하기 보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을 통해 지원에 나서게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정부로서는 그렇게 어려운게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레이크 보좌관 발언은 미국정부가 이같은 갈림길에서 전자의 입장을 선택한 것임을 보여주며 따라서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은 불가피하게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에 제시하는 「당근」은 달콤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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