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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특사교환 언제될까/북­미 3단계 회담전 성사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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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전제조건” 요구 끝내 관철/내 21일전 가능성… 실무접촉 빨라질듯
북한과 미국이 뉴욕에서 세차례 걸친 마라톤 회의끝에 26일 제3단계 고위급회담 및 남북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 일정에 최종 합의함에 따라 특사교환 시기와 방법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핵시설물에 대한 사찰이 시작되는 내달 1일 발표할 북한­미국간의 합의문에 『특사교환이 있어야 3단계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합의문에는 올해 팀스피리트훈련 중단 발표,3단계 회담일정 등 미국이 북한의 사찰을 받는데 따른 「동시행정조치」 등을 담게 되는데 남북대화와 관련해서는 『남한이 실무접촉을 제의해올 경우 실무접촉을 재개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포함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무부 당국자는 『미국은 실무접촉에서 남북한 특사교환이 3단계 회담전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북한측에 요구,이를 관철시켰다』면서 『굳이 이 부문을 문서화하지 않은 것은 만약 특사교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은 3단계 회담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사교환이 문서화되지는 않았어도 3단계 북­미 회담의 전제조건이 돼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남북한 특사교환이 3단계 회담이 열리는 내달 21일 이전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시기·방법·특사의 자격증 등은 내주초 재개되는 남북한 실무접촉에서 결정된다.
정부는 28일 아침께 통일관계장관 고위전략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순을 논의할 예정인데 다음달 21일까지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2∼3차례의 실무접촉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같으면 1주일 간격으로 실무접촉이 열려 서로 조건을 내세우면서 밀고 당기는 설전을 벌였으나 이번엔 북한이 미국과의 3단계 회담을 빨리 실현시키려는 의사를 갖고 있어 실무접촉이 그야말로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작년 10월5∼25일까지 세차례 걸쳐 열린 실무접촉후 4개월여만에 열리는 이번 접촉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특사의 자격과 임무다.
우선 특사의 자격과 관련해 남북한이 논란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특사가능성이 높은 남한측 인사로는 이영덕 부총리겸 통일원장관·한승주 외무장관·박관용 비서실장·김덕 안기부장·정종욱 외교안보수석 등이다.
우리측이 이 부총리를 내세울 경우 북한은 그의 북한 인권문제 거론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않겠다』고 한 발언을 내세워 이 부총리를 북한 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겠다고 밝혔던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수용할지 의문이다.
과거 이후락·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북한에 특사로 다녀온 적이 있어 김 안기부장이나 박 실장이 특사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박 실장은 국회의원시절 통일특위 위원장을 역임했고 평양에서 열린 IPU(국제의원연맹)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어 가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어떤 인물을 내세울 것인가에 따라 우리측 인선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북한은 대남담당비서인 최태복이나 국제담당비서 황장엽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특사가 교환되면 이들은 핵문제와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대한 양측 정상들의 뜻이 담긴 친서를 서로 전달하고 남북한 상호 핵사찰도 협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기대처럼 특사교환을 통해 남북대화가 정상회담으로 발전하는 등 큰 진전을 보일지,아니면 북­미 3단계 회담을 위한 모양갖추기로 끝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보여온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로 볼때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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