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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직할시 조정” 한목소리/「행정구역 개편」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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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웃 도에 통합” 필요성만 공감/주민 반발·돈 많이드는게 문제
여야가 행정구역 개편문제를 놓고 26일 처음으로 머리를 맞댐으로써 개편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자·민주 양당은 이날 정책위 의장단 회담에서 행정구역 개편의 원칙·폭 및 대상 등을 우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양당의 개편안에 대한 입장이 아직 선명치 않은 탓에 이날 회담에서는 원론적인 얘기만을 주고 받았다. 서울특별시는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든가 생활권이 같은 시·군은 통합한다는 원칙적인 얘기밖에 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여야가 한자리에 모여 개편을 공식화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논의만 무성하다가 죽도 밥도 안된다는 여야의 공통인식과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당은 내부적으로 각자 여러 차원의 논의기구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왔지만 먼저 얘기를 꺼내길 꺼려왔다. 주도적으로 나서는 쪽이 부담을 더 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 때문이었다. 이는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안을 여론에 흘려 반응이 신통치 않을때는 없었던 일로 해버리기 일쑤였다.
전날 김영삼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행정구역 개편은 어디까지나 국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은근히 못박았다.
여야간 논의에서 한걸음 나간 것은 개편의 폭에 대한 것이다.
종전까지는 시·군을 통합하는 범주에 머물러 그 대상을 두고 설왕설래를 거듭해왔다. 그런만큼 소폭개편이 양당 논의의 주류였으나 최근 직할시를 개편하는 문제가 여야 모두에서 나오게 됨으로써 논의 범위가 외연 확장됐다.
물론 이날 회의에서도 여야의 정책위 의장단은 직할시 개편문제에 대해 어디를 어떻게 한다든가 하는 등의 구체적인 부분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다만 개편 논의의 틀속에 이같은 문제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정도의 얘기를이 오갔을 따름이다.
민자·민주 양당은 최근들어 직할시 개편문제를 진전시키는 주장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 계기는 민주당의 지방자치법 추가개정안 발표로 특별시·직할시·시 등 시체계의 3중 구조를 특별시·부·광역시·시·통합시의 다단계로 바꾸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같은 기본틀을 마련하자 민자당도 그에 상응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현재 부산·대구·광주·대전·인천 등 5개 직할시중 도와 한 생활권에 속하는 곳은 도와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내부적으로는 직할시를 광역시로 격을 낮춰 도에 편입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이때 부산·인천 등 그 자체로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는 곳은 제외하자는 것이며,남는 곳은 민자당과 마찬가지로 세군데다. 부산·인천의 경우는 인근지역까지 포괄하는 부 개념으로 소화하면 된다는 것이다.
대구 등 세곳은 도에서 떨어짐으로써 도의 중앙이 텅빈 「도너츠」 형태의 기형적 행정구조를 낳았다는 게 통합 논의의 주된 이유다. 상하수도·쓰레기·교통 등 행정시설이 도와 직할시로 나뉘어 한 생활권의 주민들이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야가 이렇게 방향은 같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역시 만만치 않다. 양당이 직할시 등의 개편에 주민동의를 앞세우고 있듯 지역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고 도청신설과 행정체계 변경 등에 따른 예산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의 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시간이 촉박할 경우 이전의 시·군통합,그것도 주민이해가 합치된 부분만의 소폭 개편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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