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미팅 주선, 이동식 비빔밥 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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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의 이성끼리 선을 보게 하는 ‘국제 미팅회사’를 만들면 대박 터질 겁니다.”
“도쿄∼오사카∼부산∼서울’을 잇는 3박4일짜리 ‘펠로(fellow)크루즈’상품을 마련하는 겁니다. 배 안에서 상대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음악을 들으며 전통 음식을 맛보게 하는 거죠. ”

지난 17일 일본 도쿄의 아사히맥주 본사에서 열린 '한.일 고교생 경제캠프' 회의장.

서울 강서고.정신여고 등에서 온 한국 고교생 52명과 일본 게이오(慶應)대 부속고의 일본 고교생 62명이 양국의 문화.관광을 테마로 한 사업 구상을 설명하느라 열심이다.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양국의 청소년들에게 직접 글로벌 비즈니스를 공동으로 기획해 살아있는 경제 체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서로 처음 만난 양국의 고교생들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서로 영어로 통성명을 하고는 곧바로 사업거리에 대한 공동기획에 들어갔다.

8개조로 나뉘어 발표된 사업기획안 중 캠프에 참여한 고교생과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아이디어는 비빔밥 전문점 '퀵 비빈(Quick Vivin)'.

바쁜 회사원들을 위해 점심 때는 오피스 거리, 저녁에는 혼자 사는 직장인들이 많은 주택가 등에서 이동식 비빔밥 전문점을 만들어 영업하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란 사업 아이디어다.

또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결합해 새로운 온라인 비즈니스를 만들자"거나 "민박서비스 전문회사를 양국에 만들자""한국의 김치와 일본의 단무지를 절반씩 넣은 반찬 세트를 개발하자""양국 공통의 교통카드를 만들자"는 사업 구상도 큰 박수를 받았다.

강서고 3년 김승호 학생은 "일본의 고교생들은 격식을 많이 따질 줄 알았는데 기발한 사업 구상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놀랐다"고 말했다. 게이오대 부속고 2년 이나다 후미야(稻田史也)는 "일본 청소년들에게는 축구선수 안정환이나 '엽기적인 그녀' 같은 한국 영화들이 큰 인기"라며 "앞으로 이러한 문화적 소재를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토 유조(瀨戶雄三)일.한경제협회 회장은 "양국 간 긴밀한 미래를 위해 기성세대보다 고교생들이 생각을 공유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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