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외교 외쳐 잘 된 나라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19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장. 회견문을 읽는 그의 등 뒤엔 '경제는 한나라당'이라는 구호가 걸려 있었다. 그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면서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자주외교 외쳐서 제대로 된 나라 없다""자주외교를 제일 열심히 외친 나라는 북한"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구촌 한가족 시대에 시대착오적인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 '자주파'와 '동맹파'로 구분하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특히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의 평택.오산 이전 결정에 대해서는 음모설까지 제기했다. "미군이 물러갈 수밖에 없도록 정권 핵심 관계자들이 의도적으로 몰아갔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의 동의 여부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의해 주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할 때엔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양국 정부의 추가적인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용산기지 이전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같다.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현 정부와 사뭇 다른 대안을 내놨다. 그는 고교평준화 제도는 당분간 유지하자고 했다. 하지만 "선(先)지망 후(後)배정을 원칙으로 하고, 우열반 편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학교를 확대 운영하고, 일정한 소득수준 이하인 가정의 자녀가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학교에 입학할 경우 국가가 학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崔대표는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듯 깨끗한 정치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 당은 차떼기 운운하는 치욕스러운 소리를 듣는 상황"이라며 "기업에 손 벌리는 과거 행동을 반복하면 그건 사람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崔대표의 시각은 이날 신임 예방차 한나라당을 찾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潘장관에게 "청와대 내 젊은 사람들이 11만평 주장을 양보하지 않아 연합사까지 전부 가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 음모설을 재거론했다. 이에 潘장관은 "용산기지는 양국 모두 잔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나 미국의 기본전략이 바뀌어 내려가도 문제가 없다"고 응수, 팽팽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