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줄다리기」 사실상 종결/「뉴욕접촉」 합의문 곧 발표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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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서 「약속이행 문서화」 전격 동의/3단계 회담등 세부조정만 남아
북한과 미국은 22일에 이어 23일 계속된 뉴욕 비공식접촉에서 북한 핵사찰을 기정사실화하고 미국이 지난해 12월 북한에 제시했던 각종 약속을 어떻게 시행할 것이냐는 문제를 문서형식으로 작성,발표하기 위해 세부이견을 조정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견이라는 것도 본질적인 것이 아니고 절차와 발표형식 등에 관한 것이어서 미­북간의 수개월에 걸친 핵줄다리기는 마침내 종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5일 전격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겠다는 의사를 통보한 이래 미국으로부터 지난해 12월 약속을 기필코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받아내기 위해 사찰팀에 대한 입북비자발급을 지연시켜왔다.
미국은 뉴욕 비공식접촉을 통해 북한이 요구한 「약속이행 문서화」에 동의하고 22일부터 서로 초안을 작성,교환한뒤 세부조건과 문안을 조정하고 있다.
북­미는 23일에도 북한측이 요구하는 팀스피리트 훈련중지 선언 일정과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일정,그리고 남북한 특사교환의 명문화를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로 승강이를 벌였으며 24일 오전 다시 만나 최종 마무리지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관련,23일 접촉에 참여했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한성열참사관은 북한이 내달 1일부터 IAEA 사찰을 받는 조건으로 ▲3단계 고위급회담 일자를 양국이 공동 발표하고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를 선언하며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을 한국이 제안할 경우 북한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것 등을 미국측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 참사관은 특사교환을 하자는데는 반대하지 않으나 미국이 이를 3단계 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핵사찰 문제가 잘 진전될 것이라고 밝혀 양측 이견이 곧 해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 일정을 IAEA 사찰팀의 사찰결과를 보고 나서 정할 것을 주장,날짜를 못박지 않고 3월말께로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대해 북한은 사찰결과와 상관없이 3단계 회담 개최일정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양측은 이미 3단계 회담을 3월 하순에 실시하는데는 원칙적인 합의를 해놓고 날짜를 명시할 것이냐만 놓고 입씨름하고 있다. 이는 협상의 마지막 순간에서 보다 큰 결실을 얻어내겠다는 배짱경쟁이다.
그밖에 양측의 합의내용을 발표하는 형식에 대해 북한은 공동성명으로 하자고 요구했으나 미국은 실무접촉이니 만큼 공동성명이 아닌 합의문 형식으로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이같은 양측의 이견은 24일중 타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세부 문안조정이 끝나는대로 합의문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했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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