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사회면>청부살인 난무하는 브라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헐값에 작업(살인)과 청소(暗매장)를 동시에 해결해 드립니다….』 南美의 리더를 자처하는 브라질에서「請負살인」이 난무하며 무법천지의 사회불안이 확산되고 있다.살인적 인플레와 실업률.정치불안으로 매년 수천명이 암살자의 흉탄에 쓰러지고 있으나 돈에 눈먼 경찰간부.공무원까지 가세한 무차별 계약암살은「 가장안전한 거래」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11개월동안 雇傭살인에 대한 실태를 조사,지난달 2백19쪽에 달하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한 民主運動黨 소속 에드문도 갈디노(35)하원의원은 市의원으로 재직하던 85년 政敵들의 사주로 괴한의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됐다.『오늘날 브라질에서는 변호사를 고용해 피의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보다 총잡이에게 몇푼 집어주는 청부살인이 보다 안전하고 확실하며 훨씬 싸게 치인다』고 탄식한 갈디노의원은 91년『7백달러만 내면 당신을 쏜 사람을 없애 주겠다』는 逆제의를 받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보통사람을 죽여달라고 살인전문가에게「서비스」를 부탁할 경우 흥정액수는 대개 한달 최저임금인 70달러가 기본이지만 州지사.
上院의원처럼「거물」이 타깃이 될 경우 위험수당을 포함,2만달러까지 거래액이 치솟는다.다만 전액 현찰지불이며 절 대로 요구액을 깎으면 안된다는 것이 불문율.
총잡이를 고용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미들맨」이라 불리는 중개인과 접촉한다.중개인중 상당수는 은퇴한 경찰서장이나 범죄전문 변호사 또는 사설탐정으로「한件」을 기다리는 암살전문가가 북적대는 동네 술집이나 식당.광장등이 접선장소로 애용된 다.대리인은이곳에서 빈들거리는 무직자,전직경관(때로는 현직 경찰),농장 감독관이나 택시기사를「킬러」로 고용한다.대부분의 청부의뢰인은 돈만 지불할뿐 자신의 부탁을 실행할 죽음의 使者가 누군지 얼굴도 보지 못하며 킬러 또한 부탁한 사 람과 왜 죽여야 하는지를알려하지 않는다.오로지 중개인만이 비밀을 철저히 유지하며 양쪽과 접촉한다.암살대상자가 저명 인사일 경우 그가 죽어야하는 이유가 적힌 익명의 삐라를 거사직전 마을 곳곳에 뿌리기도 한다.
갈디노의 고향이자 토지소유주와 소작인의 분쟁이 그칠날 없는 아마존 북단 극빈지역 토칸틴스州는 64~90년사이 노동자.변호사.勞組활동가.종교인을 포함,공식적으로도 1천6백46명이 살해됐으나 이중 7건만 기소됐을 뿐 99%이상이 영구 미제로 남아있다.브라질 최대 상업도시 상파울루는 매일 20명 이상이 저격으로 숨져가고 매년 최소한 4천건의「계약암살」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그나마 다른 지역은 피살사건이 얼마나 발생하는지통계조차 없다.
최근엔 인권단체와 가톨릭 성직자등 감시자가 많은 시골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회지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만성 인력난에 허덕이는 사법당국과 박봉에 불만인 경찰력으로는각종 첨단장비를 갖춘「힛맨」(저격수) 검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奉華植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