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TV가이드] KMTV, 1995년 '마지막 공연' 실황 방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9면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서른 즈음에'중)

1995년 6월 29일 서울 논현동 KMTV 콘서트홀. 포크가수 김광석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가 기타 선율과 어우러지자 좌중엔 침묵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마치 이후 일어날 비극을 짐작이나 한 것처럼 관객들은 노래에 빠져 들었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입을 떼는 사람은 없었다. 1초, 2초, 3초….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3백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공간에 벌써 5백명이 넘게 들어온 후였다. 계단이고 통로고 빈 틈이 없었다. 김씨가 자살로 자신의 32년 삶을 마감하기 6개월 전이었다.

통기타 하나로 90년대를 대표한 음유시인 김광석.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늙지 않고 있는 그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생전의 그가 피를 토하듯 부르던 그 모습 그대로다. 음악전문채널 KMTV가 설 특집으로 95년 당시 공연을 24일 오후 6시 방영한다. 특히 이날 공연은 TV에서 방영된 김씨의 마지막 공연으로 알려져 있어 의미가 깊다.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김광석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밴드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통기타와 하모니카의 반주에 노래를 실었다. MC도 없었다. 직접 진행까지 해 가며 공연을 끌어갔다. 그는 이날 대표곡인 '서른 즈음에'를 비롯해 '거리에서''사랑했지만''이등병의 편지''나의 노래''일어나''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 13곡의 히트곡을 엄선해 라이브로 들려줬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는 더 커져갔다. 게스트로는 평소 절친하게 지냈던 후배 여가수 장필순이 출연해 '방랑자'를 불렀다.

KMTV 관계자는 "96년 김씨가 죽은 후 여러 곳에서 자료 요청을 해 왔던 귀중한 프로그램"이라며 "김씨의 노래를 사랑하는 팬들에겐 값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