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TV가이드] MBC '굿모닝 공자' 등 가벼운 터치로 교훈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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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드라마의 주제라면 으레 가족 간의 사랑이나 인정에서 맴돈다. 차례를 지낸 아침, 가족들의 마음을 따뜻한 방구들 못지않게 훈훈하게 만들 드라마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의 설 특집극 중 MBC의 '굿모닝 공자'(사진.22일 오전 9시), SBS의 '개밥그릇'(23일 오전 10시)은 이런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 "부자 되세요""로또 되세요"를 새해 덕담으로 나누며 돈으로만 성공 잣대를 삼고, 부모와 자식 간의 도리는 잊어가는 요즘 세태에 일침을 놓는 내용들이다.

MBC의 '굿모닝 공자'는 전통을 고수하는 한학자 집안 이야기인데도 고루하지 않고 유쾌하다. 대사와 에피소드가 발랄하고 통통 튀어 명절 드라마 치고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연기력이 탄탄한 변희봉.김인권.김성은이 드라마를 끌고 가는 것도 장점이다.

서당 훈장인 아버지 고독한씨는 이름처럼 고독하다. 주변에서 퇴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한학을 열심히 공부하던 장남은 어느 날 '딴따라' 가수가 되겠다 하고, 큰딸은 서울로 유학을 보냈더니 '코쟁이' 프랑스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중 고독한씨는 옛날 첫 정을 주었던 여인이 나타나자 갈등을 겪는다. 신.구세대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한국 사회가 어떤 해법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유머러스하게 제시한다.

SBS의 '개밥그릇'은 각종 트렌디 드라마에서 잘 나가는 주인공의 별 볼 일 없는 친구 역을 주로 맡았던 권해효가 주인공인 명문가 아들을 연기한다. '대학교수님'인 형한테 치이고, 하는 사업마다 실패해 경찰서를 들락거리던 중 우연히 만난 노승에게서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예언을 듣게 된다는 줄거리다.

KBS의 '깍두기'(23일 오전 10시35분)는 구한말이 배경이다. 전라도 남원의 양반집 규수 현덕과 머슴 각두의 맺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현덕은 어릴 때부터 애오라지 깍두기만 먹고 물이라면 질색을 하며 몸 씻기를 싫어한다. 현덕이 꾸미기를 거부했던 까닭은 머슴 각두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어 시집 가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각두도 마찬가지였다. 둘의 사랑 이야기는 가벼운 사랑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울림을 준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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