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가진 “조직테러”/탁씨사건 수사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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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담·치밀한데다 단서 안남겨/「종교분쟁」 따른 보복 살해인듯
18일 밤 발생한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 탁명환씨 피살사건은 특정집단의 치밀한 계획·준비에 의한 조직 테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사당국은 ▲극히 짧은 시간에 범행이 이뤄졌고 ▲현장에 유력한 단서가 남지 않았으며 ▲과거 탁씨에게 가해진 테러와 달리 대담하게 아파트 내부에서 범행했고 ▲범인들의 잠입·잠복 및 도주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않고 「매끄럽게」 진행된 점에서 조직테러 쪽으로 수사초점을 잡아가고 있다.
범인들은 순식간에 범행을 끝내 비명을 들은 차남 지원씨가 1층 주차장에서 2층으로 뛰어올라간 시간은 1∼2분도 채 안됐지만 지원씨는 범인의 뒷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범인들은 탁씨의 뒷머리를 때려 의식을 잃게 한뒤 목부위 동맥을 정확하게 한차례 찔러 숨지게 하는 「전문성」을 보였다.
범인들은 또 현장에 지문·발자국 등 뚜렷한 증거나 단서가 될만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뒤처리까지 완벽히 준비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범인들의 잠입·잠복 및 도주경위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점은 이번 사건이 조직테러일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한다.
범인들은 당시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었다는 경비원은 물론 주민들의 눈을 피해 아파트 복도에 잠입해 탁씨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주 경로도 이상스러울 만큼 신속했다.
범인들은 범행직후 서쪽 비상계단을 내려와 1층 난간을 뛰어넘어 아파트 바깥으로 달아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수사본부는 이밖에 이번 범행이 과거 탁씨에게 가해진 폭탄테러나 92년 집앞 주차장에서의 습격과 달리 대담하게 아파트 내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수사관들은 범인들이 치밀하게 사전준비를 거쳤거나 전문 폭력배를 동원,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은 그동안 탁씨가 각종 사이비 종교단체와 갈등을 겪어온 점으로 미루어 피살사건이 일단 종교분쟁에 따른 보복테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배후세력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살사건이 지극히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점으로 미루어 오히려 30년간 사이비 종교를 연구해온 탁씨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특정종교 관련자들이 탁씨가 영생교 문제에 집착하고 있던 시기를 노려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권태동·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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