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거취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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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04면

“당내 경선이 끝나면 대선 후보와 협의해 거취를 결정하겠다.”

강재섭 대표 유임 가능성 커 … 사무총장 인선이 시선 끌 듯

4월 30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요구에 대한 대답이었다. 20일 대선 후보가 정해진 뒤 강 대표와 강재섭 체제는 어떻게 될까.

“본선까지는 강 대표 체제가 그대로 가야지요. 당의 단합이 중요한데. 당 대표를 새로 바꾸려 들면 당이 화합할 수 있겠어요?” 이명박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 캠프의 생각은 어떨까. 캠프 핵심 인사는 말했다. “다리 위에서 말을 갈아탈 수는 없지 않아요?”

‘빅2’ 양쪽의 큰 흐름은 강 대표 유임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극렬한 싸움으로 갈라진 당을 봉합하자는 것이 명분이다. 대표를 바꾸려면 또다시 한나라당은 표 대결을 통한 내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 이기든 원치 않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강 대표 교체론도 있다. 본선을 치르기 위해선 당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하고, 당의 얼굴인 지도부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이 후보 캠프의 전여옥 선대위 부위원장은 “당의 외연을 넓히고 개혁성을 보여주기 위해 당의 신장개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도 “10월 중순께 당의 인적 혁신과 정책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 혁신은 지도부 재신임이 될 수도, 지도부 교체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수지만 또 다른 시각도 있다. 경선에서 지는 쪽에서 ‘협력’의 현실적 대가로 당권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다. 그렇지만 이런 시각은, 빅2 캠프 어느 쪽도 이길 경우 당권까지 양보할 기미가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이지 않다. 김재원 박 후보 캠프 대변인이 “어느 쪽이든 지는 쪽은 당심이 부족해서 지는 것일 텐데, 무슨 힘으로 당심의 결과물인 당권을 얻을 수 있겠나”라고 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취를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강 대표와 당 대표 경쟁을 벌였던 이 위원이 당권을 쥐기 위해 지도부 개편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작 이 위원 측근들은 “당 안팎에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은 그럴 시점이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본선까지는 그대로 간다”고 말한다.

어느 경우든 당 대표 교체가 대선 후보 선출 직후 벌어질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교체론마저도 교체 시점을 선거대책위원회가 가동되는 시점에 맞추고 있고, 선대위 구성시기는 양쪽 캠프 모두 일러야 10월 초순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도부의 다른 멤버들이다. 이미 당 3역 중 국회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임기가 지난 상태여서 이번 주 후반 선출이 예정돼 있다. 물론 대선 후보의 의사가 깊숙이 반영될 것이다. 역시 핵(核)은 사무총장이다. 홍 후보는 “대선 상황에선 사무총장이 알파요 오메가”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론 사무총장이 선대위의 본부장을 맡아 선거전의 야전사령관이 된다. ‘자금과 조직’이라는 당의 화력 지원을 그가 지휘한다. 그래서인지 강 대표 유임을 선선히 주장하던 양쪽 캠프 핵심 인사들도 사무총장 자리에 대해선 완강했다. 현 황우여 총장의 교체를 당연시하는 것은 물론 진 쪽을 포용하기 위해 자리를 내주는 방안엔 손을 내저으며 도리질했다. 그러나 ‘완전한 포용’을 주장하며 사무총장 자리를 2등 후보 측에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이 후보의 멘토인 친형 이상득 부의장 쪽과 박 후보 캠프의 김무성 조직총괄본부장 등에게서 이런 주장이 나온다.

‘빅2’가 과거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이 김영삼(YS) 총재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1992년이 참고가 될 수도 있다. 당시 어렵사리 후보로 확정된 YS의 선대위 인사(人事)는 김영구 의원을 본부장에, 이춘구·이한동 의원을 상임부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민정계 출신들을 선대위 전면에 포진시키고 자신의 직계인 통일민주당 출신 상당수를 뒤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대선 후보의 첫 인사 작품인 사무총장 인선을 보면 한나라당의 포용과 화합 강도를 점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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