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 "중앙아시아 손대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左)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비슈케크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비슈케크 신화=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 중앙아시아 4개국이 참여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사실상 '반미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2001년 회원국 간 국경 분쟁 조정과 종교적 극단주의 확산 방지 등을 위해 만들어진 SCO가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과 일방주의를 견제하는 기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은 소련 붕괴 뒤인 1991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한 핵무기 탑재 전략폭격기의 해외 장거리 비행훈련을 정기적으로 계속하겠다고 17일 밝혔다. 푸틴은 이날 SCO 정상들과 함께 러시아 남부에서 합동훈련을 참관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미국에 대한 견제용으로 보인다. 앞서 8일 러 전략폭격기 Tu-95가 미군기지가 있는 괌 인근까지 비행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전날인 16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SCO 연례 정상회담은 대미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정상들은 폐막 성명에서 "외부 세계는 중앙아시아 국가들 스스로가 안정과 안보를 책임지도록 내버려 두라"고 촉구했다. 이는 미국에 중앙아시아를 떠나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AP 통신은 풀이했다. 정상회담에선 미군의 중앙아시아 지역 주둔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국제적.지역적 문제들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시도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SCO 국가들은 중앙아시아 지역이 직면한 위협을 잘 이해하고 있고 자신들의 안보를 스스로 지킬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노리는 미국에 맞서 회원국 간 에너지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SCO 내에 '에너지 클럽'을 창설하자는 제안을 했고, 다른 정상들도 공감을 표시했다. 정상들은 현재 옵서버 국가인 이란과 인도. 파키스탄. 몽골 등을 조만간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외연을 확대하는 데도 합의했다.

유철종 기자

◆상하이협력기구(SCO)=1996년 중국이 주도한 '상하이 5자회담'을 확대, 2001년 6월 출범한 지역협력체다. 회원국은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이다. 출범 초에 경제.무역 협력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고, 군사 분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