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공공서비스도 엄청 돈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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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름다운 혁명
공익비즈니스

구본형 외 지음
세종연구원, 496쪽
1만8000원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서유럽의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아일랜드가 불과 10여 년 후인 2005년 1인당 소득이 4만 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또 2000년께만 해도 3류 병원에 지나지 않았더 싱가포르 알렉산드라 병원이 지금은 만족도 1위 병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이런 물음들에 대한 답변서다. ‘세계의 공익개혁 사례연구’란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은이들은 정부와 병원, 대학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성공한 국내외 사례 연구를 통해 해답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유능한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경쟁을 통한 효율 추구, 고객만족 경영 등이 비결이다. 가령 알렉산드라 병원은 2000년 새로운 CEO를 영입하면서 신경영이 시작됐다. 아일랜드가 성공한 건 “일본 기업이 들어오면 지역 대학에 일본어과를 개설하는”고객 감동의 결과였고, 폐허 도시였던 스페인의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에 집중함으로써 세계의 문화중심지가 됐다.

 이런 비결을 쓴다면 전혀 돈벌이가 될 것 같지 않은 공공서비스도 훌륭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돈 떼일 것을 걱정해 은행들이 상대도 해주지 않던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것도 신용으로 돈을 빌려주는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이 초대형은행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사실 공공서비스 분야는 늘 무사안일과 낙후의 상징으로 취급된다. 시장경제의 영역 밖에 있기 때문이다. 하긴 망하거나 잘리지 않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이때 필요한 건 위기감과 경쟁구조다. 이것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공공서비스도 얼마든지 독자생존할 수 있다는 이 책의 암시는, 그래서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이 책 역시 통상적인 ‘사례 연구’가 가지는 결점을 안고 있다. 성공한 것은 무엇이든지 다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그런 결점 말이다. 가령 대학을 설명할 때는 인문학이 경쟁력의 요체라고 했다가, 아일랜드를 설명할 때는 경영학과 공학 등이 성공 비결이었다는 식의 주장은 아무래도 거슬린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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