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중앙마라톤서 부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이은정이 더위를 피해 강원도 횡계에서 도로훈련을 하고 있다. 한때 10㎏ 이상 불었던 몸이 최근 들어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다.[삼성전자 육상단 제공]

이은정(26.삼성전자)이 돌아왔다. 우울증으로 2년 가까운 공백을 딛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부활의 무대는 11월 4일 펼쳐지는 중앙일보 서울마라톤대회다. 2005년 11월 도쿄 마라톤 레이스 도중 복통으로 기권한 지 정확히 2년 만의 풀코스 도전이다.

"그동안 무엇엔가 홀린 기분이었어요. 이젠 열심히 달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팀 훈련을 이탈, 달리기를 그만두겠다며 오인환 감독의 애를 무던히도 태우던 그였지만 이제 러닝화 끈을 고쳐 매고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은정은 '한국 여자 육상 장거리의 희망'이었다. 여자 5000m, 1만m, 하프마라톤의 한국기록을 모조리 경신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에선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도 한국기록에 불과 5초 뒤지는 2시간26분17초(19위)로 골인했다. 육상 장거리 전관왕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재작년 도쿄 마라톤 이후 예기치 않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갑자기 운동이 싫어졌고, 매사에 의욕도 없어졌다. 말수도 확 줄었다. 장기 합숙과 전지훈련으로 인한 매너리즘 때문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나 그 정도로 간단한 게 아니었다. 숙소를 이탈하는 횟수가 늘었고, 그 때마다 혼자 이곳저곳을 방황했다.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수소문 끝에 지난해 9월 이은정을 찾아낸 오인환 감독은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갔다. 의사의 처방은 우울증.

곧바로 치료가 시작됐다. 상담 의사는 "자율훈련을 늘려주는 게 좋겠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타이트한 훈련 스케줄 때문에 피로도가 한계치를 넘었다는 판단이었다.

오 감독은 훈련의 큰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미세한 부분은 편하게 훈련하도록 배려했다. 잠을 더 자게 한다든지, 훈련 시간을 본인 편의대로 일부 조정해 주는 것 등이었다. 차츰 선수와 감독.의사 간에 신뢰가 두터워졌고, 병세는 눈에 띄게 호전됐다.

올해 상반기부터 운동과 치료를 병행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강원도 횡계로 옮겨 본격적인 체력 훈련을 시작했다.

한 때 55㎏을 넘던 몸무게도 전성기 때인 44㎏으로 돌아왔다. 24일엔 내년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 경기일에 맞춰 이봉주 선수와 함께 베이징으로 가 코스를 답사하기로 했다.

오인환 감독은 "병원에서 완치 소견이 나왔다. 지금 페이스라면 중앙일보 마라톤에서 2시간28분대 주파가 가능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런 뒤 내년 초 한국기록을 경신하고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목표는 한국기록 경신과 내년 베이징올림픽 입상입니다."

이은정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신동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