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쓰나미] 엔화·주택 대출‘연체 도미노’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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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연체 도미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외화 대출 등 연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오른 데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까지 겹쳐 엔화대출 이자부담도 커졌다. 이에 따라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수치상으로 아직은 괜찮지만 부실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며 “특히 원-엔 환율 급등에 따라 싼 이자의 엔화대출을 받은 사람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 연체율도 덩달아 오를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엔화 차입 환차손 비상=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1조735억 엔이다. 2005년 말 7310억 엔에서 2006년 11월엔 1조1435억 엔으로 크게 늘다가 2월 엔캐리 자금 청산 우려가 커지면서 줄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다.

 16일 원-엔 환율은 23.3원이나 급등한 814.4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3월 이후 최대다. 이날 하루 환율 급등으로 엔화 차입에 따른 환차손만 3000억원이 넘는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면서 엔화대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우선 엔화대출을 주로 쓴 중소기업의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엔화대출의 이자 상환은 상환일의 환율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환차손도 커진다. 엔화대출은 대부분 환헤지를 하지 않아 대출자의 피해가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만 엔을 연 2.5% 금리에 빌렸다고 할 때 원-엔 환율이 740원이라면 연 18만5000원만 갚으면 된다. 그러나 814원으로 오르면 이자도 20만3500원으로 껑충 뛴다. 만약 원금 분할상환이나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에 대해서도 환차손이 생기기 때문에 손실은 더 커진다. 원화로 환산하면 740만원을 빌린 셈이지만 갚을 때는 814만원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엔화대출이 부실화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도 적잖은 타격이 된다. 또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간 엔화대출도 적지 않아 자금상환 압박이 커질 경우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엔화로 돈을 빌려 그중 상당액을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편법 운용을 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처분조건부 대출이 ‘복병’=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5%, 저축은행도 7.8%에 불과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 연체율이 19%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는 16일 연 5.25%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크게 올라 우리은행의 경우 최고 연 7.84%까지 치솟았다. 이는 1년 전보다 0.74%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여기에 처분조건부 대출도 복병이다. 처분조건부 대출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이 투기지역의 아파트를 추가 구입할 경우 1년 안에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받은 것을 말한다. 올해 말까지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처분 조건부 대출은 4만6000여 건으로 추산된다.

 만기에 처분조건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15%가량의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고 3개월 이후에도 연체가 계속되면 금융회사가 경매 등 강제상환 절차에 들어간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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