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사태 협상 해결 포기-나토,공습시한 통보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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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까지 수차례 공습 의사를 밝혀왔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21일로 공습 최후시한을 통보하고 공습 대상인 보스니아내 세르비아系가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함으로써 22개월째로 접어든 보스니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지난해 4월이후 공염불로 이어져온 공습문제를 구체화시킨 것은무엇보다도 최소 68명의 희생자와 2백여명의 부상자를 낸 사라예보 참사가 직접적인 요인이다.
내전기간에 사라예보에서만 세르비아의 포격으로 1만여명이 숨지고 5만5천여명이 부상하는등 총 20여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기록한 보스니아 사태는 내전 3개 당사자들의 협상에 의한 해결을더이상 기대할 수없어 무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 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보스니아를 비롯,이 나라의 내전과 관련해 크로아티아등에 모두 2만6천여명의 UNPROFER(유엔보호군)을 파견하고 있는 서방측은 지난해말까지 모두 60명의 사망자가 나는등 보호군의 희생자가 계속되는데 주목해왔다.
특히 이 지역에 개별국가로는 최대병력인 6천여명을 파견한 프랑스측의 강경한 입장이 이번 공습 최후통첩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또 지난 5일 참사관련 백악관비상회의를마친 뒤에도 무력에 의한 해결보다는 당사자들의 대화가 최선책이라며 공습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미국측이 공습이라는강경책을 선택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측의 이같은 우유부단한 행동은 프랑스측의 공개적인 비난을받을 만큼 미국측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어왔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같은 미국측의 강경선회가『위협만 있을뿐 행동은 결코 없다』는 지금까지의 서방과 미국에 대한 비아냥을 일시에 불식시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우회적인 압력이 될수 있을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토의 최후통첩이라는 초강경입장에도 불구,공습에 대한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즉『공습의 목적은 세르비아계의 사라예보 포격중지에 있을뿐 전면개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美합참의 전략기획및 정책담당자 제임스 힐 준장 의 말에서 보듯공습에 필수적으로 뒤따라야할 지상군 파견은 논의대상에서 사실상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또 공습대상인 세르비아계와 인종면에서 슬라브족,종교면에서 그리스정교 계통을 공유하고 있는 러시아측이 공습에 대해 반대하면서 유엔안보리 소집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서방측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같은 와중에서 내전 3개 당사자들인 이슬람계.세르비아계.크로아티아계등이 11일 제네바에서 평화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이슬람측이 나토의 공습의지에 고무받아 영토분할안을 수용하지 않을 게 뻔해 발칸반도는 짙은 전운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申成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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