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담판 아직 가능/한­미 합의/패트리어트 상황 봐가며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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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일 정상은 북제재 논의
【워싱턴=박의준특파원】 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문제가 아직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국면에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설사 이 문제가 유엔안보리에 회부되더라도 대화를 통한 해결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양국은 특히 유엔안보리가 대북제재조치를 논의하더라도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제재보다 단계적 절차를 밟아 그때마다 대화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관계기사 3면>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안전조치의 연속성이 깨졌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지난해말 북한과 미국이 합의한 내용은 그대로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북한에 주지시키는 외교노력을 하기로 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한승주 외무장관은 11일(한국시간) 워싱턴에서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과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한 장관은 이날 크리스토퍼 장관에게 북한 핵문제에 대한 신축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내용의 김영삼대통령 친서를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해주도록 요청했다.
김 대통령은 이 친서에서 『정상간에 합의(지난해 11월23일 정상회담 및 12월7일 전화통화)한 원칙과 목적에 따라 신축성 있게 북한 핵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무장관 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IAEA간의 협의가능성이 남아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한 핵문제가 유엔안보리로 넘어가면 대화는 더 어려워지겠지만 유엔의 조치에 앞서 가능한 대화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회담후 한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일관된 입장은 가능한 대화노력을 통해 해결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불가능해질 때 다른 차원으로 옮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 핵문제는 아직도 대화국면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그러나 『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 넘어가면 한국은 IAEA 입장을 존중하고 유엔안보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내용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페리 국방장관은 한 장관에게 『한미 연합 방어력 증강차원에서 팀스피리트훈련 실시와 주한미군내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문제를 검토중이나 그 성격이 방어적이며 한반도 전쟁을 억지하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는 21일 이후로 시기결정을 미루겠다』고 약속했다.
◎외교노력 언급없어
【워싱턴=진창욱특파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는 11일 워싱턴에서 가진 양국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관계기사 2면>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동북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으며 북한 핵문제와 관련,두나라가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 종전처럼 「외교적 노력」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어 외교적 해결노력보다 북한 제재에 대한 수순을 밟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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