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린적 없다… 전혀 몰랐다”/「시간차출두」 자보간부들 혐의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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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 회장 소환배경 설왕설래/검찰/“보도가 너무 앞서갔다” 불만/돈봉투사건 수사
노동위 돈봉투사건 수사를 설날연휴 전에 끝낸다는게 검찰의 방침이라고 알려진 가운데 5일 오후 서울지검 청사에는 동부그룹 김준기회장과 한국자보의 김택기사장 형제를 비롯,이창식전무·이규천이사 등이 잇따라 소환돼 폭풍전야처럼 긴장감이 돌았다.
오후 2시이후 시차를 두고 검찰청사에 도착한 한국자보 임원들은 말을 맞춘듯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준비한 유인물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날 밤 9시50분쯤 검찰에 출두한 김준기회장은 긴장된 모습으로 검찰청사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저는 한국자보 임원들을 믿습니다』라고 또박또박 힘주어 말한뒤 『지금까지 언론에 알려진 것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혐의사실을 부인.
김 회장은 또 김택기사장의 위증혐의에 대해서는 『동생은 위증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말했고,자보측의 로비혐의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들었다』고 대답.
이날 검찰 청사에는 한국자보 임직원 20여명이 모여들어 김 회장이 출두하자 몰려드는 보도진을 몸으로 차단하는가 하면 밤새 검찰청사 주변에 머물러 「충성심」을 과시하기도.
○…검찰이 5일 오후 6시 『6일 이후에 소환키로 했다』던 김준기회장을 오후 10시 소환해 전격소환 배경을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
이들 두고 먼저 소환된 자보 간부 4명의 수사가 진전이 없자 그룹 총수를 철야 조사함으로써 임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고전론」과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비리가 드러나 검찰이 세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기도.
검찰은 『법인 대표도 아닌 그룹 회장을 부르는 것이 인력소모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수사상 소환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돼 앞당긴 것』이라고 아리송한 대답.
○…한편 검찰은 일부 언론에서 의원 3∼4명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라는 보도와 관련,『지금까지 의원에게 돈이 건네졌다는 직접증거는 하나도 찾지 못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주선회 서울지검 3차장은 『앞으로 수사결과 의원들에게 돈이 건네진 사실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언론이 책임지라』며 『정치권 소문이 마치 수사결과처럼 보도되는 바람에 하루종일 확인전화가 걸려와 아무일도 못하겠다』고 볼멘소리.
○…오후 4시35분 가장 늦게 검찰청에 도착한 김택기사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과 한국자보 고객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
김 사장은 『우리는 돈봉투를 돌린 적이 없다』고 말하고는 미리 준비해온 「호소문」만 돌렸다.
김 사장은 호소문에서 『노동위 로비의혹사건은 두달전 등산친구인 김말룡의원과 박장광상무가 주고받은 몇마디 이야기를 박 상무가 「오해가 두려워」 감추려다 엄청난 의혹사건으로 비화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
김 사장은 국정감사 위증혐의에 대해서는 『김말룡의원이 근거도 없이 퇴직자 및 노조측의 부탁을 받고 국감대상이 될수도 없는 것을 무리하게 위증으로 몰아가다 좌절되자 이런 사태를 몰고 왔다』고 했다.
○…이창식전무는 오후 3시15분쯤 10명의 임원들과 함께 출두하며 상당히 느긋한 태도였고 보도진들의 질문에 피하지 않고 끝까지 답하는 여유를 보여 눈길.
이 전무는 『김 의원에게 돈봉투 주라고 지시했는가』라는 질문에 『지시한 적 없다』고 대답했으며 『박 상무가 김 의원에게 돈봉투를 준 사실을 사전에 알았나』라는 물음엔 『전혀 몰랐다』고 한마디로 부인.<최상연·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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