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자유화 후유증 없게(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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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환제도가 국제화에 맞추어 대폭 자유화되었다. 외환이 모자라던 시절에 가급적 억제하고 집중시키던 제도를 원칙적으로 자유화시키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을 가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정부의 외환자유화조치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일련의 계획스케줄에 따르고 있으나 최근의 급증하고 있는 해외 주식매입용 자금유입을 의식해 단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신중한 자유화와 후유증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같은 접근방법은 옳다.
외무부장관이 이미 유엔에서 96년까지 경제협력기구(OECD)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했고,국경을 넘는 경제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외환자유화의 필요성은 당연하다. 바로 얼마전까지도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재벌총수가 구속되었던 것을 돌이켜보면 이번 조치는 개혁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외환자유화 자체가 한국경제에 축복만 줄 것으로 보는 것은 단견이다. 외환자유화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보호막을 허물고 급변하는 외환시장의 격랑으로 몸을 던진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환의 변칙거래나 불법유출의 가능성이 상존해 있고,기업거래를 위장한 비자금의 조성으로 국내 실명제의 틀을 벗어날 수도 있다.
당장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화유입이 큰 골칫덩어리다. 그래서 정부도 국내 통화관리를 위해 유입되는 외화의 원화 환전에 엄격한 한계를 두었다. 오히려 외화를 해외에 유치시키는 폭이 커졌음은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로 보인다.
외환자유화의 후유증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경제주체들의 자율적인 조정으로 보완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정부는 변칙거래에 대한 사전적 혹은 사후적 모니터링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외환자유화를 하지 않고서는 국제화의 경쟁에서 자생력을 키울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번의 외환제도 개혁으로 거시적으로는 정부의 환율정책이 이전보다 훨씬 폭이 좁아졌고,미시적으로도 기업이 환율변동에 민감하지 않으면 큰 환차손을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이나 이전보다 훨씬 전문성을 가지고 미세한 조정력을 키워야 한다. 금융기관들도 전문 외환달러를 적극 양성해 새로운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외환거래가 자유화되었음은 금융과 자본거래의 자유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이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 자유화 자체는 새로운 게임 룰에 불과하다. 여기서 룰을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곧이어 닥칠 금융과 자본자유화의 파고를 이길 체질강화가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정부가 마음대로 환율을 절하해 기업에 가격경쟁력을 도와줄 수도 없고,기대해서도 안된다. 정부는 사전규제에 손을 놓은 이상 사후감독에 추호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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