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 공세에 "수사 내용 공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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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명박 후보 측의 '정치검찰' 공세에 대해 반격에 나섰다. '장외에서 비난을 계속할 경우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한) 지금까지 수사 내용을 공개할 수도 있다'며 수사 재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자칫 '검풍(檢風)'으로 번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날 검찰의 입장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3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느닷없이 "6시에 '정치권 논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기자단에 통보했다. 13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수사가 마무리됐다'고 사실상 수사 종결을 선언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 차장검사와 김경수 대검찰청 홍보기획관은 발표 예정 시각을 한 시간 반가량 넘긴 오후 7시30분쯤 A4용지 5쪽 분량의 발표문을 들고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발표문 형식으로 검찰 입장을 표명하는 방식도 아주 이례적이었다. 발표문은 ▶수사 결과 발표 시점 ▶진실 규명의 한계 ▶강제 수사 가능성 ▶한계 극복의 방법 ▶정치검찰 및 탄핵 주장으로 나눠 조목조목 해명.반박하는 내용을 담았다.

발표 시점에 대해선 "경선 전에 수사 결론을 내야 할 사건이었다"고 해명했다. 진실 규명은 "(이상은씨 자금 관리인인) 두 명의 이씨의 조사 협조가 없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현행 법률상 강제 소환조사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한계 극복의 방법'에서 재수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두 이씨의 검찰 출두 협조가 있을 경우 (도곡동 땅) 실제 소유자를 밝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검찰 주장'에 대해선 "김만제 전 포철 회장이 검찰 출석에 불응하며 정치검찰이라고 비난하는 근거가 뭐냐"며 "검찰총장 탄핵 운운은 정치적 압력"이라고 반박했다.

김경수 홍보기획관은 "정치권에서 검찰을 폄하하는 것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데 내부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총장에게도 사전에 보고된 사안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보고가 됐죠"라고 말해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보인다'란 모호한 표현이 발단='정치검찰 논란'은 "이상은(74)씨의 도곡동 땅 지분은 제3자의 차명 재산으로 보인다"며 이 후보를 지칭하는 듯한 모호한 표현을 쓴 것이 발단이 됐다.'보인다'는 표현은 확인된 사실만을 발표하던 검찰로서는 이례적이었다.

경선에서 이 후보가 떨어질 경우 검찰의 모호한 표현이 결정적 타격을 줬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이 후보가 경선에 이기더라도 본선에서 이 후보 땅으로 드러나면 이 역시 검찰이 경선에 개입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진퇴양난의 표현이 된 셈이다. '보인다'라는 수사 결과 발표는 박근혜 후보 측 주장대로 이 후보가 실제 소유자라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지면서 이 후보 측의 거센 반발을 샀다. 13일 발표 직후부터 이 후보 측 인사 30여 명이 대검청사 앞에서 항의농성을 하고 '공작정치 총대' '정치검찰'이란 표현이 나온 것도 검찰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측이 검찰총장과 수사팀 관계자들에 대해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하는 등 정치적 공세의 수위를 높인 것도 이유가 됐다.

조강수.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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