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엄마의 가사노동 가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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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제 곧 설이네요. 차례상 준비는 시작하셨는지요? 요즘은 차례상을 차려서 배달해주는 업체가 많이 생겼습니다. 인터넷에 가서 한번 검색해보세요. 생각보다 많고 다양해서 놀라실 겁니다.아이들과 함께 그런 사이트를 검색하면서 엄마의 가사노동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세요.

예를 들어 음식서비스업체의 '표준 설 상차림'의 가격이 25만원이고, 그만한 상을 차릴 때 드는 원재료비가 10만원이라면, 상차림을 준비한 엄마의 가사노동 가치는 15만원인 셈이 됩니다. 물론 이것은 단순 계산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엄마가 차린 차례상엔 쉽게 계산할 수 없는 정성이 담겨 있는 만큼 그 가치는 더 올라가게 됩니다.

아이들은 엄마의 가사노동이 어떤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특히 전업주부로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는 엄마에 대해 때때로 "우리 엄마는 그냥 집에 있어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럴 때 그저 실망하거나 야단치지 말고, 이같은 사례를 통해 엄마의 가사노동이 돈으로 따져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임을 알게 해주세요. 가사 노동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외부에 맡긴다면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아이들도 인식해야 합니다. 더구나 엄마가 하는 가사노동엔 측량하기 힘든 값진 가치가 담겨 있다는 것도 가르쳐주셔야 합니다. 엄마의 헌신과 정성어린 가사노동을 통해 가족원들이 갖는 심리적 안정감이 그 한 예가 될 것입니다.

아직도 대다수의 엄마들은 가사노동을 돈으로 평가하자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을 합니다. 그 평가가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을 어떻게 돈으로 비교하느냐고 고개를 흔드시는 분이 많습니다. '사랑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엄마가 하는 일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그 소중함도 더 많이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배순영 소비자보호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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