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영업 자율화가 옳은 방향(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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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관광호텔내 음식점 및 술집의 심야영업에 대한 규제를 정부가 풀기로 한 것은 일단 순리라고 본다. 원칙적으로 음식점이나 술집의 영업시간을 언제부터 언제까지로 하느냐 하는 문제는 정부가 개입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업주가 형편에 따라 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90년 1월부터 관광호텔내 부대시설뿐 아니라 모든 유흥업소와 음식점의 영업시간이 자정을 넘기지 못하도록 제한받아온 것은 범죄 및 과소비억제라는 국가적 특수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과연 정부가 음식점의 영업시간까지 제한해야 하는가 하는 항변이 있을 수 있으나 더 큰 공익,이를테면 범죄 및 과소비 억제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된다. 그런 논리에서 정부는 영업시간을 제한해왔고,당시 다수의 여론도 그를 지지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특별한 조치를 마냥 지속해나갈 수는 없다. 심야영업의 제한이 범죄와 과소비 억제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설사 얼마간의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영업시간의 제한을 통해 그 효과를 계속 얻으려하는 것은 안이한 행정자세다. 범죄는 어디까지나 치안 차원에서,과소비는 금융·세금·시민의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지 유흥업소나 음식점 업주가 책임져야 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금 3인조 강조가 날뛰가 있어 시기상으로 심야영업 제한해제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화·자율화시대에 있어선 부자연스러운 것,행정편의적인 것은 다소의 부작용을 각오하고라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어린이가 밖에 나가 놀면 다칠 위험이 있다고 집안에만 가둬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심야영업의 수요가 있다면 그 수요에 맞춰주고,그에 따른 범죄나 과소비의 문제는 범죄와 과소비대책을 세워 대비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 것이다.
이런 논리에서 보면 관광호텔내의 부대시설에 대해서만 제한을 완화 또는 폐지한 것은 형평에서 어긋난다. 당국은 외국관광객을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것이 명분일 뿐이라는 것을 당국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나 이제나 관광호텔 부대시설의 이용자는 절대다수가 내국인이다. 그렇다면 일반 업소들에 대한 제한도 똑같이 완화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결정을 갑작스런 규제완화에서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로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역시 언젠가는 일반 업소들에 대한 규제도 푸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형평상으로 옳을 것이다.
범죄와 과소비의 억제책은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 다만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심야영업 제한과 같은 편법을 항구적으로 동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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