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의 양도세 절세고민/신성호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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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집권 민자당이 요즘 이색적인 고민에 잠겨있다.
지난해 공개 경쟁입찰로 팔아넘긴 가락동 중앙정치연수원 부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가 코앞에 닥쳐왔기 때문이다.
당경리관계자들이 추산하고 있는 세금액수는 자그마치 3백억원을 웃돈다. 물론 부지면적이 1만9천9백여평인데다 낙찰가가 1천8백10억원에 이르는 등 덩치 큰 거래여서 그만큼 세금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많을줄 미처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따라서 당초의 계획에 다소 차질이 생기게 됐다.
민자당은 이 부지매각대금으로 지난 92년 총선때 진 빚을 갚고 나머지는 당사 구입과 당 재정자립기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짜놓고 있었다. 지금까지 세차례 중도금을 받은 6백억엔은 상업은행 등의 채무정리에 사용해 버렸다. 부지매입자가 주택조합이어서 잔금 지급 역시 내년 한반기에나 가능하다.
그래서 경리 관계자들은 세금을 좀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마음 같아선 국세청에 「협조」라도 구하고 싶지만 관계자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자칫 야당의 정치공세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서다. 따라서 세무사 등 전문가를 동원,합법적인 절세방안 연구에 골몰하고 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애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구입가를 높게 책정하면 양도차익이 줄어들어 그만큼 세금을 낮출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고 한다. 70년대 공화당 소유였던 이 부지의 매입관련 자료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탓이다.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하게 세금감면을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은 기간내 자진신고하는 것이다. 또 학교부지로 수용되게 된 2천여평에 대해서도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해도 당초 이 땅을 팔아 당의 재정자립에 큰 도움을 받으리라던 꿈이 깨지는 것은 물론이어서 한 고위당직자는 『세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정말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종전 위세 등등하던 집권당으로서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세금을 무서워하는 집권당의 모습은 어느 집단,어느 개인도 이제 법적용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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