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계뛰는서울>3.유례없는 인구팽창 주거.교통 열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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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은 어디에 와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서울의 역사를 더듬는데서 시작된다.
과거의 발자취는 바로 현실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朝鮮朝 太祖 李成桂가 서울에 도읍을 정한지 올해로 6백년.
그러나 서울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다.
구석기.신석기.청동기시대에는 지금의 강동구 암사동,송파구 가락동,미사리등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취락지가 조성돼 농경생활이 이루어졌다.
암사동 선사유적지가 바로 그 현장.
4세기초 三韓의 마한 부족국가들이 백제를 건국,현재의 서울강동구암사동 부근에 수도를 정하고 위례성이라 불렀고,高麗 禑王때는 개성에서 일시 한양으로 천도해 역사상 두번째 도읍지가 되기도 했다.
李太祖가 한양을 도읍지로 정하고 천도한 것은 1394년10월28일.이후 한일합방(1910)까지 5백15년동안 조선조 도읍지로서 왕조가 멸망할때까지 영욕을 함께 했다.한일합방과 함께 京城府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광복과 더불어「서울」로 공식 명명된후 48년 특별시로 격상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울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세계에서 몇 안되는 도시입니다.定都 6백년 사업은 서울의 역사적.문화적 전통을 시민들의자부심으로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李元鐘시장의 이 말은 유구한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지 못하는 서울시민들의 모습 을 솔직히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근세 서울의 도시 형성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선 인구의 급증.
實錄에 기록된 조선초기 한양 인구는 10만명정도였고 2백70여년후인 顯宗10년(1669)조사에서 19만4천여명으로 늘어 인구가 두배 늘어나는데 무려 3백년 가까이 걸렸다.
합방 당시 25만명이었던 서울(경성부)인구는 35년 50만명으로 25년 사이 두배로 늘어 인구 증가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고,45년에는 90만명의 대도시로 급성장했다.
이후 40년대 후반 1백만명을 초과한데 이어 2백만명으로 늘어나는데 15년,4백만명과 8백만명으로 늘어나는데 각각 10년밖에 걸리지 않은 초고속 증가를 거듭했다.
해방과 6.25로 인한 외부 인구 유입,60년대 이후 급속한산업화로 도시집중이 불가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도시발전사상 유례가 없는 인구 과밀집중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해말 현재 서울 인구는 1천97만명,평방㎞당 밀도가 1만8천24명(92년 세계대도시 비교통계)으로 집계됐다.이는 이집트 카이로(3만5백9명).인도 봄베이(1만9천5백84명)에 이어 세계 3위.
그러나 서울 전체면적(6백27평방㎞)의 36%가 개발이 불가능한 산지여서 사람이 살수 있는 곳의 인구밀도는 평방㎞당 2만8천명이 넘는다.
어느 외국 학자는 카이로에 대해『지옥에 가보지 않았지만 분명히 지옥 다음으로 생활환경이 나쁜 지역이었다』고 했는데 인구밀도로만 본다면 서울도 큰 차이는 없을듯하다.
넓이로는 전국 면적의 0.6%.그러나 인구는 무려 24.5%가 밀집돼 있고 GNP의 3분의1이상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이밖에 전국 금융기관 여.수신고의 3분의2,종합소득세 43%,법인세 72%,의사수 45%,자동차수 40%등 수치 상으로 볼때서울은 곧 우리나라 전부라 할만큼 거대하다.
51년 1천8백만원이던 예산은 10년만인 61년 1백80배(32억6천만원)로,66년엔 6백배가량인 51년 1천8백만이던 예산은 61년 20배인 32억6천만원,66년엔 1백억원을 돌파했고 67년엔 51년의 1천배가 넘는 1백76억원으로 늘었다.
그후 예산규모의 팽창은 인구증가 이상의 가속도가 붙어 81년엔1조원,올해 7조1백90 억원등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이에따라시민 1인당 조세부담률도 71년 5천1백81원에서 92년말 현재 27만7천3백11원으로 53배가 늘어났다.그러나 예산이 늘어난 만큼 빚도 늘어 올 연말이면 4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같은 팽창은 엄청난 도시문제를 일으켜 시행정의 대부분이 주거.교통부문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그만큼 기본 생활문제 해결이 급급했기 때문이다.따라서 환경.문화측면이 무시돼 왔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서울시 올 예산7조1백90억원중 40%인 2조8천억원이 지하철.도로.주택재개발등 교통.주거부문에 투자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서울의 교통.주거환경은 아직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재 지하철 수송분담률은 24%에 불과하고 2기 지하철이 완성되는 97년에 가서야 50%에 육박하지만 선진국 도시수준(70%)에 턱없이 뒤진다.2001년으로 계획된 3기 지하철이 모두 개통되면 겨우 현재의 선진국 수준에 이를 전망 이어서최소한 10년은 뒤진 것이다.
도로율 역시 선진국을 쫓기엔 역부족이다.서울시는 92년말 18.9%에서 올해 19.8%,96년엔 20.6%로 올린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보상가는 비싸지고 재정사정은 여의치 않아 이같은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 는게 관계 공무원의 솔직한 고백이다.선진국 도시평균도로율 25%수준이 아직은 그림의 떡으로만 느껴진다.
주거문제도 간단치 않다.현재 서울시 주택보급률은 66% 수준.시내 20여곳에서 시행중인 주택재개발과 택지개발은 이미 한계에 달해 10명중 4명정도는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할 수가 없는것이 현실이다.시가 60년대 이후 20년동안 여 의도의 배나 되는 4천만평에 달하는 구획정리사업과 택지개발사업을 벌인 결과가 이 정도다.
환경문제중 가장 심각한 것은 쓰레기와 수질.대기오염 문제.
서울시내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1만6천2백t.지난해 11월 난지도 쓰레기매립장 폐쇄이후 장기적 대책으로 2000년까지 각자치구별로 1개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작부터 제동이걸렸다.목동.상계동 소각장 건설을 제외하고는 주 민들의 반대로계획단계에서부터 제자리걸음이다.목동.상계동 소각장도 겨우 공사는 진행중이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험난한 앞길이 예상될 뿐이다.
수질문제는 서울시의 개선노력에도 시민들로부터「절대 불신」을 받고 있다.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겠다는 시민이 한명도 없는 것이서울의 상수도 현주소다.
『서울시의 수질문제는 안심할 상황이 아닙니다.당국은 이상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게 아니라 시민이 이상없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믿을수 있도록 관계 공무원.학자.시민들이 참여하는 수질검사과정을 철저히 거쳐야 합니다.』 최근 서울 수돗물에서 기준치보다 26배의 세균이 검출된 사실을 발표한 서울大 미생물학과 金相鍾교수의 주장.
안으로는 시민들의 의.식.주에 따른 숱한 난제를 떠안은채 밖으로는 국제화.선진화에 대비해야 하는 서울시.
그러나 21세기 세계의 주역이 되기 위해선 결코 주저앉을 수없는 것이 오늘의 서울이다.
〈崔熒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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