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민주당 대표는 여러차례 방북의사를 밝히면서 그에 맞을만한 갖가지 논리와 수사를 붙였다. 「민족의 화합을 위해서」라거나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문제의 타개를 위해서」라는 등의 커다란 대의명분이 주조였다.
18일 이 대표가 대구에서 열리는 물오염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기 앞서 벌인 해프닝은 과연 그가 무슨 복안과 논리를 갖고 북한을 방문하려는지에 의문만을 증폭시켜 주었다.
이 대표가 대구를 방문한 것은 이 지역의 수질오염실태를 직접 몸으로 겪어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때가 때이니 만큼 기자간담회에서는 그의 북한방문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 한 기자가 미국의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 국제조약화 요구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중요한 문제인데 받아적으시죠』라며 쪽지 한장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 요지는 비핵화 공동선언은 핵의 평화적인 이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비핵화 선언이 수정되면 국제조약화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였다.
물론 비핵화선언의 수정부분은 당 일각에서 나왔었지만 이 대표가 방북문제를 제기한데 이어 또다른 남북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받을만 했다. 특히 국제조약화 문제는 정부에서 부인한 것이기 때문에 재차 이 대표의 의중이 궁금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많아지자 이 대표는 『이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급작스레 발을 뺐다. 토론회장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기전에도 이 대표는 『안그래도 당에서 나 혼자 한다는 얘기들이 많은데 취소합시다』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비핵화선언은 민족내부의 합의사항인데 어떻게 국제조약화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그를 뒷걸음질하게 한 것 같다. 그러나 그뿐 아니다.
이 얘기가 가시화된다는 말이 전해지자 다른 메모가 나왔다. 『비핵화 공동선언의 국제조약화는 반대한다』는 정반대의 주장이었다.
또 『우리 비핵화선언의 국제조약화에 앞서 일본·중국 등 동북아국가들의 핵문제도 거론돼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도시 무슨 발상과 논리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환영한다」고 했다가 「반대한다」고 뒤집는데 불과 30분도 안걸렸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북한을 가겠으며 설령 가더라도 이런 취약한 논리로 노련할대로 노련한 김일성주석을 어떻게 독대할 수 있겠는가.
남북문제는 구호와 한때의 인기영합적 발언에 의해 성사되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대표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대구에서>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