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충감염률 70년대 60%서 0.02%로 기생충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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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생충이 사라져가고 있다.
담임선생님이 대변검사후 기생충에 감염된 학생명단을 발표하면 수십명의 학생들이 겸연쩍은 얼굴로 우르르 나가 구충약을 타 먹곤 하던 국민학교풍경도 이젠 옛말이 돼버렸다.이미 91년부터 기생충박멸협회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던 국민학생 정 기대변검사가서울등 대도시에선 없어졌으며 95년엔 전국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70년대초 전국민의 60%가 회충감염자였을 정도로 과거 기생충왕국이었던 우리나라도 최근 보사부발표자료에 따르면 현재 회충감염률이 도시지역은 0.02%,시골은 0.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中央大의대 趙昇烈교수(기생충학)는『대도시지역주민들은 더이상 예전처럼 1년에 두번씩 기생충구제약을 먹을 필요가 없게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감염자 자체가 적어 퇴비용 인분속에 충란이 사라져가고 있으며 상추등 야채를 깨끗이 씻어 먹는등 개인위생이 향상됐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토양과 피부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는 농촌주민은 아직 정기적으로 구충약을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 趙교수의 설명이다.
사라진 것은 회충.요충.십이지장충과 같은 토양매개성 기생충만이 아니다.
돼지고기를 날로 먹어 생기는 뇌낭미충증 역시 85년이후 학계에 보고된 것이 없다고 한다.돼지고기속에 들어있는 갈고리촌충의유충이 위장벽을 뚫고 뇌에까지 침범해 두통.구토.간질발작등을 일으키는 뇌낭미충증은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기생 충질환의 하나이기도 했다.
인분을 직접 받아 먹는 제주도 특유의 재래식 돼지사육방식이 아시안게임을 앞둔 85년에 행정적으로 강제개선된 것도 뇌낭미충증감소의 원인으로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기생충에 대해 마냥 안심할 순 없다.디스토마로 알려진간흡충은 아직도 1백만명가량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즉 오염채소나 날돼지고기등에 의한 기생충감염은 사라진 반면민물고기를 회로 먹는 방식은 감염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특히 낙동강유역은 간흡충증 발생다발지역으로 유명하며 잉어처럼큰 물고기보다 참붕어와 같은 조그만 물고기에 간흡충의 알이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따라서 조그만 생선이니까 괜찮다는 생각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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