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 『석학에 듣는다』/레스터 브라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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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에 「환경비용」 계산할 때/「유지가능한 개발」 넘어서면 파멸위기
KBS­1TV가 12일 방송한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 제3편 레스터 브라운의 「환경이 미래를 연다」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브라운 소장은 세계 최대의 민간 환경연구단체 「월드워치」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환경경제학자다.
우리는 매년 지구의 건강상태를 검사해 「지구환경보고서」를 내왔다. 불행히도 보고서의 기본적 내용은 매년 똑같다. 갈수록 숲이 줄어들고,기름진 상층토가 유실되고 있고,대기 온실효과를 가져오는 기체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구상의 동식물수는 점점 줄고 있고 오존층은 파괴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오염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미국 농작물의 5∼10%가 감수되고 있으며 영국에서 러시아에 걸친 유럽 여러나라에서 대기오염·산성비로 숲이 죽어간다. 숲이 파괴되면서 홍수와 토양침식으로 연 3백억달러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연구가 나와 있다. 이는 독일의 한해 철강생산량에 해당하는 액수다.
정말 위험한 것은 악화돼가고 있는 환경오염을 막지 못하면 결국 지구경제를 망치고 만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지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이 설득력을 지닌다. 다가올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지금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체제를 어떻게 바꿀지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지금 경제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환경으로 인한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석탄을 연료로 쓰는 화력발전소는 그 연료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린이 호흡기질환에 대한 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새 계산법이 적용돼야 한다.
그럴 경우 소득세를 환경세로 대체,환경세속에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을 포함하는 세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는 환경문제에 관한한 부국이 빈국의 협조를 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빈국이 부국에 의존하고 있듯 부국도 빈국에 의존하는 전과는 다른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환경문제와 더불어 제3세계의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부국들이 가난한 나라의 빈곤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빈국은 지구환경문제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환경보존에 많은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고 하지만 이제까지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에너지문제는 미래사회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와관련,원자력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람들이 핵폐기물 처리비용과 낡은 발전소 해체비용까지 부담한다면 그 누구도 원전을 건설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15년전부터 새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있으며,영국정부 또한 원자력발전 장기계획을 취소했다.
한국의 서해안 개발과 관련,연안이 자꾸 매립되면 해양자원이 자연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연안을 매립,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 과연 현명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21세기 환경문제는 개선될 수도,악화될 수도 있다. 인구성장이 감소하고,재활용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천연자원 사용이 주는 등 환경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한편 환경파괴가 지속돼 경제침체로 이어지고 사회분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환경파괴로 인해 생선·쌀 등 식품가격이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경우 우선 적정인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쓰고 버리는 경제에서 재활용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대체 에너지원도 적극 개발해야 할 것이다.<정리=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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