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경제팀의과제>4.기업 발목잡는 규제 수술급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국제화가 관련 법규와 행정관행,의식수준등을 국제수준에 맞도록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각 경제주체들은 나름대로 할 일들이많다. 그중에서도 기업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규제를 풀어 국내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외국기업들과 같은 조건에서 자유롭게 뛰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경영환경의 국제화야말로 경제회생의 선결조건이기도 하다.
물론 새 정부는 지난 3월이후 경제행정규제를 무려 1천건 가까이 완화하는「실적」을 올렸으나 금융.노동.토지등 기업활동에 핵심이 되는 분야의 규제는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풀어야 할 규제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금융쪽이다.
우선 낙후된 통화관리방식이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이때문에 정부는 아직도 통화량을 틀어쥔채 금리안정과 물가안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일이 잦다.최근 논란이 된 상업차관 문제도 결국 낙후된 통화관리 방식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林東昇삼성경제연구소장은『회사채.증자.공개를 모두 당국이 틀어쥐고 있으면서 기업에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태의연한 통화관리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또 개방시대가 성큼 닥쳤는데도 외환제도는 60년대 만성적인 외화부족시대의 골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외화자금이 들어와 국내통화관리를 교란시킬 것을 우려하는 금융당국의 인식부터 고쳐야 개선이 가능한 분야이기도 하다 .
더욱이 외화가 국내외로 들락거리는 것 자체를 일종의 범죄시하는 구시대적인 고정관념이 아직도 일반인들의 뇌리에 뿌리박혀 있는 것도 문제다.국제화와 개방화를 추구하는 마당에 우리 스스로몸에 맞지 않는 옷을 그대로 껴입고 있는 모습이 다.
오래 전부터 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경제력집중에 대한 규제도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특히 개방시대에 맞게 정부의 기업관을 바꾸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국내 재벌이 밉다고 외국재벌을 키워주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국제무대에서 기업의 경쟁은 신사적인 체급경기가 아니므로 스스로 크고 강해지려는 기업을 인위적으로 눌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H그룹 기획담당임원 L씨는『경제력집중을 막자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으로 언제까지 국제화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차제에 노동분야의 규제도 자본주의의 테두리내에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리해고제와 외국노동력의 도입문제다.이것이 해결되면 기업은 수익성이 낮은 부문을 과감히 포기하는등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할 수 있고 값싼 외국노동력을 이용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기업에 대한 경제외적인 규제도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일이다.鄭周永씨의 정치참여로 정부의 눈밖에 난 現代그룹은 아직까지 뚜렷한 근거도 없이 産銀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고계열사들은 공개나 증자를 하려 해도 지금껏 막혀 있는 실정이다. 국제화와 경쟁력강화를 내세우면서도 정부가 길목마다 사사건건규제를 가하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개방시대의 새경제팀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이 국제수준에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南潤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