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각 단골손님 교총 회장/총리급 2·장관 1명 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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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9년 「어용」 탈피후 모셔가기 잇따라/윤형섭­현승종­이영덕 3대째 “경사”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자리가 총리급 입각대기석이 된듯하다.
교총은 이번 개각에서 이영덕회장을 부총리로 배출했다. 이 부총리의 선임이었던 24대 현승종회장은 92년 국무총리가 되면서 교총을 떠났고,현 회장의 선임이었던 23대 윤형섭회장 역시 90년 문교부장관으로 입각했다.
물론 입각은 1차적으로 회장의 개인적인 역량과 연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전에 없던 입각이 연이어지는 것은 교총회장 자리의 변화된 위상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래서 교총 관계자들이 『또 보궐선거 해야 하나』라면서도 예전과 달리 싫지 않은 표정들이다.
과거의 보궐선거는 교총(89년까지는 교련)의 불안한 위상에서 비롯됐다. 불안한 위상이란 다름아닌 「관에 좌우되는 어용기관」의 위상이었다. 이름이야 교육계의 대표였지만 교총 회장은 관에서 지명한 낙하산 인사였기에 교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었으며,당연히 회장자리는 외풍에 쉽게 흔들렸다.
17대 곽종원회장은 10·26이 터지자 사퇴했으며,후임인 정범석회장은 취임 1년반만에 문공위 의원들에게 화문석을 선물한 「돗자리사건」으로 물러났다. 20대 박일경회장은 임기만료 직전인 87년 10월 전교조 파동으로 물러났으며,후임으로 돗자리 파동의 주인공인 정 회장이 명예회복을 꿈꾸며 회장직에 재취임했으나 또다시 전두환대통령에게 퇴임기념으로 병풍을 선물한 것이 물의를 일으켜 중도하차했다.
윤 회장 때부터 입각이 시작된 것은 윤 회장이 과거의 어용위상을 탈피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는 89년 교련의 이름을 교총으로 바꾸고 「정치적 독립」을 선언한다. 회장선거도 명실상부한 경선체제를 갖췄다.
그래서 윤 회장이 입각해 회장을 다시 뽑는 보궐선거는 두차례의 투표끝에 현 회장이 불과 6표차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되는 자유경선과 접전양상을 보여줌으로써 외부의 시각을 교정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진통을 거쳐 교총 회장이 국가의 미래를 가르치는 26만 교원들의 대표라는 위상이 확립되자 이번에는 모셔가기 행렬로 보선이 계속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부총리도 전임 현 회장의 잔여임기를 채우고 지난 11월 새로 뽑히자마자 입각한 것이다.
대통령의 처남인 손은배씨(서울 인헌국민학교 교사)가 보선 출마의사를 밝혔다가 「친·인척」이라 중도포기하는 한차례 물의를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후보물망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교총은 내년 4월말께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신임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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