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깊어진 감사원­국방부/「무기사기」 계기 감정싸움 재연기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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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율곡관련 징계 시늉만 하더니… 두고보자”/감사원/“전문성 결여… 과오비해 무거운 징계요구”/국방부
감사원과 국방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감사원은 국방부측이 지난 6월의 율곡사업 감사때 탄약수입관련 감사를 받았다고 흘리고 있다며 극도의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무기사기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책임을 다소나마 덜기 위해 감사원에선 실시하지도 않은 탄약수입 감사를 받았다고 소문을 내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 관계자들은 의심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들은 이번 무기수입과 관련한 검찰수사가 끝난후 국방부 무기수입체제 전반에 대한 정밀검사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감사원 고위관계자들은 20일 『아직 감사착수 여부를 결정한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후 국방부에 대한 대대적 감사가 필요하다』(간부진) 『다음 감사때 두고보자』(실무진) 등 다분히 감정섞인 말들을 공공연히 주고 받고 있다.
감사원의 국방부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은 오래됐다. 과거 정부에서 감사때만 되면 청와대가 나서 제동을 걸어왔기 때문에 감사의 칼날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한번도 없어 불만이 쌓여왔다.
그러던 차에 지난번 율곡사업 감사결과 통보한 징계요구를 국방부가 상당부분 묵살하자 감사원측은 더욱 발끈하게 된 것.
지난 7월 감사원은 율곡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방부측에 27명의 징계를 요구했으나 이중 15명만 징계하고 12명은 불문에 부쳤다고 한다.
그중 미국 샘코(SAMCO)사의 함정용 화력장비부품 감사결과 감사원은 두명의 영관급 장교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거부하고 재심요구에서도 근신 10일이라는 형식적인 경징계에 그쳤다.
재심청구에서도 피감기관이 징계통보를 외면할 경우 감사원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묵살한 사안에 대한 직무감찰외에는 없다.
그러나 국방부측은 감사원의 감사가 상당부분 전문성이 결여돼 처분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감사원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무기성능이나 수입품목의 적정성 등은 국방과학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에 충분히 자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도 국방부측은 징계요구가 자신들의 과오에 비해서는 너무 무겁다는 주장이다.
국방부가 그동안 감사원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된 동안 안으로는 각종 부조리와 비리의 썩은 구석들이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가 감정적이서는 안되듯이 국방부의 자세도 감사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다. 앞으로 공방의 귀추가 주목된다.<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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