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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전문농업인 양성 급하다(쌀개방 이겨내자: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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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농후계자 대졸자는 불과 2%/첨단기법 통한 품질향상 급선무
세계적 낙농국가인 덴마크에서 「농민학교」에 들어가려면 여간 까다롭지 않다.
정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 가운데 3년 이상의 농사경험을 가져야 하며 입학후 10개월간 집중적인 교육을 받은후 「녹색졸업증」을 발급받는다. 이 증서를 받아야만 30㏊ 이상의 농지를 구입해 본격적인 농업경영에 뛰어들 수 있다. 영농기술을 많이 배운 사람에 한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노인들만 남아 있는 우리 농촌 현실을 생각하면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미선 대졸이 주류
일본 오이타(대분)현은 농업인재 양성소를 설립해 1년에 수십명의 농촌지도자를 끊임없이 배출한다. 이와함께 첨단기술 농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다른 지방에서 스카우트해 오는데도 적극적이다. 30여년전 몇몇 농촌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을 둘러보고 배워온 것을 일본화한 것이다.
꽃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농민들은 농업을 농산물 생산공장으로 부른다. 완전 자동화된 육묘공장에서 모종을 생산하고,유리집 땅바닥에 흙대신 마대를 깔고 두부모양의 스폰지에서 오이·토마토·가지 등 채소류와 갖가지 화훼를 기른다. 환기·온도는 중앙집중식 컴퓨터에 의해 최적의 상태로 조절되고,완벽한 배수시설과 때를 맞춘 농약살포 등은 「식품공장」으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농업개방시대에 우리 농촌도 살아남으려면 이같은 선진농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기술농업·품질농업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문경영인」이라는 단어가 대기업 등 재계에서 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자연스레 통용돼야 한다.
농사도 배워야 잘 짓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12%가 중도탈락
예컨대 농어민 후계자들의 학력을 보자. 81년부터 90년까지 10년간 농어민 후계자는 모두 4만1천8백49명이 배출되었는데 이중 대졸자는 2%,전문대졸은 6%에 불과했다. 반면에 중졸 이하는 44%에 달했다.
미국 아칸소주의 경우 쌀재배농가 경영주의 22%가 대졸 이상이며 전문대졸까지 포함하면 50%에 이른다. 특히 이 통계에서 미국은 일반 농가를 대상으로 했고 우리는 선발된 영농 후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비교는 더욱 선명해진다.
선정된 영농후계자중 약 12%는 중도에 탈락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30세 미만의 젊은층이 주류를 이뤘다. 이것은 영농후계자 선발과정에서 농사경험과 영농기반이 경시된데도 한 요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박정근 전북대 교수는 『후계자 선정은 그 지역 사정과 작목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들은 농어민 후계자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후계자제도도 문제지만 현행 농업교육제도 역시 많은 손질을 필요로 한다. 농업고등학교가 농업 기초인력을 양성해내는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농사짓기 위해 농고에 입학한 경우는 전체의 7.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고 정원미달도
정원미달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81년 농고 입학생이 정원에 3% 미달했으나 지난해는 31%로 치솟았다. 학생들의 중도탈락률(91년)이 19.5%로 실업고 평균 8.5%에 비해 두배이상 높았다.
농대생은 92년 5만명을 넘어서 지난 70년에 비해 5배 규모로 커졌지만 이는 농업취업을 겨냥한 것이기 보다는 대학수요가 팽창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농업인력 육성과 더불어 신경써야 할 분야가 전문연구기관이다. 농학연구 역시 선진국에 비해 15∼20년 뒤져있다는 것이 관계기관 종사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전국 농학계 대학장협의회에 따르면 농대소속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1인당 연간 연구비는 국가 연구기관 소속 박사들의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연구인력에 대한 투자도 시급한 실정이다.
○연구비투자 인색
정부의 신농정은 일단 농업인력 육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영농 후계자의 위탁교육을 위해 특별과정을 마련하고 농대에 농업전문경영자 과정을 설치,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전업농을 육성하고 기술농업·수출농업으로 키워나간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향은 기존의 제도와 틀을 조금 개선하는 정도에 불과해 좀더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정책이 현실에 접목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농업인력 육성과 관련해 관계전문가들은 『사회·문화·복지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농촌과 농업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되살리는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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