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판정 반영구 효력가능성/UR 미 수정안 어떤 내용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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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GATT서 미 조치 「자유무역」 위배여부 못따지게/제3국 현지법인서 수출한 제품도 관세 물리도록
우루과이라운드 협상(UR)에서 우리나라가 쌀문제에 큰 비중을 두는 것처럼 미국은 그들이 내놓은 반덤핑 수정안을 최종합의서에 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반덤핑제도가 국제무역질서에 엄청난 공포로 작용해온 점을 감안할때 기존 반덤핑제도를 더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정안이 채택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세계은행 조사결과를 보면 현재 미국 제조업분야의 평균 관세는 23%로 이중 일반관세는 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반덤핑 관세 등에 의한 것이다. 이 사실만 봐도 반덤핑제도가 미국의 얼마나 큰 무기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이 UR협상 테이블에 내놓은 11개항 수정안의 주요내용과 문제점을 정리해본다.
◇패널 검토기준=예컨대 미국의 반덤핑조사를 받게 된 한국기업이 정부측에 호소,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패널에 반덤핑 관세결정이 옳았는지 판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치자.
이 경우 현재는 패널이 미국의 조치가 기본적으로 GATT 정신에 합당한지를 조사할 수 있었으나 미국의 수정안은 패널이 미국의 조사사실이 합리적인 것인가만 따지도록 돼있다. 요컨대 패널의 기능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소멸시효 조약=91년 12월 만들어진 둔켈 초안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반덤핑 조치의 효력은 5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소멸된다」고 돼있다. 문제는 특별한 경우를 결정할 때 지금까지는 미국내 산업이 『산업피해가 있다』고 증명하도록 돼있었는데 수정안에는 거꾸로 수출업자가 덤핑행위가 없었던 것을 증명하도록 돼있다.
결국 반덤핑 조치가 한번 내려지면 그 효력이 반영구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조사당국의 조사종결 요건=지금까지는 덤핑마진이 2% 이하인 경우 반덤핑조사를 종결토록 돼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수정안은 0.5% 이하일 때만 반덤핑조사를 종결토록 해 조사를 한층 강화했다.
◇제소자격=현재는 노동조합이 무역위원회에 어떤 국가를 반덤핑 혐의로 제소할 수 없게 돼있으나 앞으로 노조에 이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덤핑조사가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정치적 요인에 의해 영향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 국내법에는 이같은 조항이 들어있어 미국의 속셈은 차제에 이같은 제도를 국제경제질서의 틀속에서 명문화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의 누적적 평가=가령 미국에 A제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4개국이라 치자. 그러면 개별국가 제품이 들어와 미 산업에 피해를 주는 정도를 어떻게 정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이때 미국은 개별 나라를 따로 떼놓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 제품수출량을 한데묶어 누적적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수출을 적게 한 나라도 많이 한 나라에 묻어 제소될 수 있다.
◇우회 덤핑=예를들어 한국의 A공장이 컬러TV를 만들어 미국에 팔때 덤핑판정을 우려해 멕시코 현지공장을 세웠다고 하자. 그런데 미국에 별도 법인을 만들어 멕시코에서 생산된 브라운관을 들여다 TV를 조립,미국에서 팔다 반덤핑 판정을 받을 경우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만든 브라운관에 대해서만 반덤핑 관세를 물렸다.
그러나 미국측은 한국에서 만든 브라운관은 물론 멕시코에서 만든 브라운관에 대해서도 반덤핑관세를 물리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의 제3국을 통한 미국 우회진출은 어려움이 따르게 돼 결국 해외투자가 위축된다.<제네바=이장규·박의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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