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계 30년 浮沈-10대재벌 8개사 자리바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三星그룹이 지난주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대부분의그룹들이 예년보다 빨리 내년에 대비한 인사를 매듭지을 계획이다.국내 주요 그룹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인사를 통한 내부 조직정비를 서둘러「개방과 국제화」로 표현되는 안팎의 거센 波高를 헤쳐나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에 영원한 승자가 없다」「오늘의 성장산업이 내일은 사양산업이다」는 격언도 있듯이 오늘에 안주하다가 멀지않은 장래에 쓰러져 없어지는 것이 기업세계의 냉엄한 현실이다.이같은 현실은지 난 30여년의 짧은 기간중 벌어졌던 재계의 부침을 살펴봐도극명하게 알수 있다.
지난 60년대 우리나라의 10대「재벌」은 三星의 李秉喆,三頀의 鄭載頀,開豊의 李庭林,大韓의 薛卿東,럭키의 具仁會,東洋시멘트의 李洋球,極東해운의 南宮鍊,韓國유리의 崔泰涉,東立산업의 咸昌熙,泰昌의 白南一등이었다.
현재의 10대 대규모 기업집단인 現代.三星.大宇.럭키금성.鮮京.韓進.雙龍.起亞.한화.롯데등과 비교하면 불과 30여년만에 三星과 럭키금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얼굴이 바뀐 셈이다.
이 가운데 三頀.極東.東立.泰昌은 아예 망해 없어졌고 開豊의마지막 기업인 대한유화는 불황에 시달리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또 韓國유리와 大韓은「소규모」전문기업으로서의 위치에 만족해 있고 東洋시멘트는 사위 후계자인 玄在賢회장을 맞아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같은 재계 부침은 급변하는 시대환경에 대처하지 못한채 새로운 유망업종 발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65년당시 1백대기업 업종별 분포를 보면 섬유의류가 27개,무역도소매 12개,음식료품 11개로 이들 3개 업종이 전체의 60%를 차지했다.당시는 의식주가 가장 시급하던때라 이를 생산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하는 업종이 당연히「첨단산업」 의 자리를 차지했다.
三星이 삼성물산.제일제당.제일모직으로 재계의 선두자리를 차지한 것도 이때고 鄭載頀씨의 三頀그룹이 삼호방직.조선방직.대전방직등을 거느리고「방직재벌」(재계랭킹 2위)로 떠오른 것도 이때였다. 또 가정난방용으로 나무 땔감이 사라지고 연탄.석유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삼표연탄등 4개 광업회사와 동아석유.고려석유등4개 석유유통회사가 1백대기업에 포함됐다.
60년대 기업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강석진씨의 동명목재.
우리나라가 수출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때마침 對美 합판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동명목재는 이 당시 최대규모의 단일기업으로 성장했으며 70년대 들어서도 꾸준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 국제원목가격 폭등과 사업다각화 실패,가정문제등이 겹쳐 80년 부도로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쌀이 남아돌아 걱정이지만 70년대만 하더라도 부족한 식량을 메우기위해 분식이 장려됐다.이때문에 식음료업종이 각광을받아 그당시 제일제당(3위).진로(16위).삼양식품(18위),대한제분(28위).롯데제과(29위)등 무려 1Т 개업체가 1백대 기업안에 포함돼있었고 연평균성장률도 30%에 달했다.
또 정부주도의 수출확대정책과 중화학공업 육성시책이 맞물려 무역.석유화학.전자.기계.건설등의 업종이 본격적인 성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건설.무역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現代건설을 주축으로 한 現代그룹은 때마침 불어닥친 中東건설특수,국내아파트 붐등으로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매출액이 73년5백10억원에서 80년엔 3조2천억원으로 늘어나며 순식간에 재계1위를 차지했다.또 별다른 기반도 없었던 젊은 기업인들의 진출이 두드러졌는데 金宇中회장이 이끄는 大宇실업의 경우는 무역부분에서 뛰어난 활동을 보이며 70년대후반에 4위그룹으로 뛰어오르는 신화를 남기기도 했지만 제세.율산그룹은 반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大宇의 하청기계공장으로 첫 출발한 李彰雨씨의 制世그룹은 무역업에 손을 댄지 4개월만에 시멘트.곡물건자재 거래로 1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는 등 3년만에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부실회사인수에다 자금해외도피 의혹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한편 당시 농촌의 초가지붕을 무조건 슬레이트로 바꾸었던 새마을 운동덕택에 한국스레트.금강스레트등 2개 슬레이트제조업체가 연1백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업체순위 61,67위를 기록한 것도 웃지못할 부분이다.
섬유의류업체로는 아크릴섬유등 특수화학섬유를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한 한일합섬이 85년당시 42위를 유지했을 뿐섬유는 불과 20년만에 성장산업에서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다.80년대이후는 삼성물산.현대종합상사.㈜대우등 종합상사들이 업계 1 ,2,3위를도맡아 차지하고 70년대 중화학공업정책으로 육성된 전자.건설.
철강.중공업.기계.석유화학등의 업체들이 업계상위권을 휩쓸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61년 국내제조업의 26%에 불과하던 중화학공업은 76년 47%를 거쳐 86년에는 57.4%까지 늘어났다.이기간중전자의 경우 단순가전제품산업이 반도체등으로,중공업은 자동차산업으로 각각 고도화를 이루었고 마침내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금융서비스산업이 제조업의 성장률보다 앞서며 지난해 16개기업이1백대기업에 포함된 것이다.
새해가 되기도 전에 불어닥친 인사 바람과 국제화 열기는 재계의 대열에서 낙오되지않도록 새로운 유망업종을 놓치지 않으려는 自救노력인 셈이다.
〈李孝浚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