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동아출판사刊,1945년이후 자본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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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기업가.노동자 사이의 관계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는 1945년 이후 선진 자본주의가 어떻게 자기자신의 경제문제를 勞.使.
政의 관계변화를 통해 해결해왔는가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세 저자 중 이론을 제공한 사람은 옥스퍼드대학의 앤드루 글린교수인데,그의 주된 주장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자본주의는 이윤을 생산의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노사간 갈등이 불가피하다.둘째,정부는 국민경제를 유지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노사간의 갈등이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노력하게 된다.셋째,자본주의의 경기변동은 이윤율 의 저하에 의해 야기되며,불황에서는 이윤율을 올리기 위해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이 호황기에 획득한 모든 성과를 없애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책은 이러한 관점에 서서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 발달과정을 실증적으로 설득력있게 분석하고 있다.1945~1950년의「전후 재건 과정」에서는 정부와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의 자주관리운동을 저지해 사용자들의 경영대권을 확립했고,19 50~1974년의「대호황」에서는 정부와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의 열망을 복지국가제도의 정비와 확장을 통해 수용했으며,1974년 이후의「불황극복과정」에서는 복지국가적 합의를 역전시키는 신보수주의가 대세를 잡고 있다고 이 책은 분석하고 있 다.
그런데 이 책은 신보수주의적 정책에 대한 대안이 사실상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실시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불황극복에 있어 모든 고통을 노동자.실업자.저소득층에게 부담시키는 것에 대해 강한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일정한 이론에 의거해 역사를 재해석하고 있지만,너무 거대한 이론으로 현실역사를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파악하는것에 대해 하나의 경종을 울리고 있다.더욱이 서울대의 김수행교수가 오랫동안의 번역기술을 살려 우리말로 옮겼으 므로 일반 독자들도「소설 읽듯이」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일용〈外大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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