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백경>10.인기 시들해진 인민해방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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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1월초 출근길의 인파가 넘치는 北京市의 중심가에서 느닷없이美國의 한물간 팝송이 흘러나왔다.
『싱잉 트랄라라…오우오우….』 인민해방군 모병선전대원들이 군용차량위에 대형확성기 4대를 설치해놓고 사방을 향해「美제국주의에 오염된 대중가요」를 연속적으로 틀어대는 소리다.
차량위를 빼곡히 뒤덮은 붉은 천위에는「○○구역 인민해방군 모집 선전대」란 이름이 적혀있었다.
문화대혁명 시절이었다면 이런 모습이 어떤 사태를 불러일으켰을까 싶을 만큼 中國사회도 달라질대로 달라졌구나 하는 느낌을 받지않을 수 없었다.
젊은이들이 서양문화에 푹 젖어 있는데 인민해방군이라고 해서 현실을 마냥 외면만할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게다.
아직 농촌지역에서는 군입대가 선망의 대상이다.그러나 교육수준이 높은 도시지역에서는 선뜻 군에 지원하는 젊은 층이 많지 않다. 여기에 당국의 고민이 있다.
지원에 의해 3년간 복무하게 되는 병사들의 매달 보조금(월급)은 30위안(약 3천원)정도.장기근무자의 경우 결혼 4년이 지나야 가족이 부대에 합류할 수 있다.
시장경제의 진전에 따라 군인들의 생활수준이 갈수록 뒤떨어지는것은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휴가 나온 군인이 애인에게 금목걸이를 사주기 위해 흥정을 하다 1백30위안인줄 알았던 것이 1천3백위안인 것을 알곤 대경실색했다고 할 만큼 일반적으로 군인들은 사회변화에 뒤떨어져 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해방군보』는 군인가정의 애환을 엮으면서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군인가정의 생활상이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기사를 다루기도 한다.
군인이야 막사에서 생활하면 그뿐일 수도 있지만 그 가족들,특히 부인들의 고생은 막심한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군대에 가면 고생』이라는 유행어는 이제『군인과 결혼하면 고생』이라는 새로운 유행어로 바뀐지 오래다.
중국사회 자체가 이미 정신적인 것만으로 보상되지 않는 풍토로급속히 바뀌어가고 있다.「소총 한자루에 좁쌀 한 줌」으로 만난을 무릅쓰던 해방전쟁 당시의 일화는 그야말로「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얘기다.
이같은 변화를 알기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팝송을 인민해방군이 모병용으로 틀었다고 해서 이를 개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해서 군의 인기가 상승할 리는 만무하다.더군다나 美帝의 팝송에 대한 군대 상층부의 감정이 반드시 수용적인 것 만은 아니다.그 다음날 약속이나 한듯이 모병선전대들이 北京거리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리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 이다.
[北京=全擇元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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