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사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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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제 날짜 중앙일보 1면에 실린 한강사진을 본 독자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에서 찍은 한강의 모습은 지천에서 흘러든 폐수로 먹물을 풀어놓은듯 시커멓게 물들어 있다. 수도 서울을 관류하는 한강이 이러할 지경이면 다른 강이나 하천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 한장의 사진은 우리나라 환경오염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상징하는 것이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직전에 마무리됐던 한강종합개발계획은 강폭을 넓혀 시멘트 벽으로 호안을 축조하고 강변도로를 확장하며 고수부지를 공원화하는 등 겉단장에 치중했을 뿐이다. 가장 중요시해야 할 하수종말처리시설은 태부족하다. 현재 전국 수계의 하수처리율은 겨우 30여%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강상류와 지류지역에 밀집돼 있는 각종 공장과 목축장에서 쏟아내는 공장폐수와 축산폐수,그리고 수도권 인구의 생활하수 70% 가량이 그대로 한강으로 방류되고 있는 것이다. 어찌 강물의 색깔만 문제겠는가. 썩은 물에서 풍기는 악취는 인근 주민들의 가장 큰 고통이 되고 있다. 이러한 하수와 페수가 강하류뿐만 아니라 상류의 상수도원에까지 유입돼 식수를 위협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우선 비난과 원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처럼 강물이 병들어 죽어가도록 방치하고 있는 정부다. 정부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 생명유지에 불가결한 물의 보호에 마땅히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나서야 한다. 최소한 정부는 국민들이 물 하나만이라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들이 협력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협력을 유도해내야 한다.
서울시는 내년 정도 6백돌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사업과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과 전시회,성곽과 궁궐의 복원 등 40여가지의 호화롭고 다채로운 사업들이 펼쳐질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징이요,서울과 수도권 주민의 젖줄인 한강을 썩어가도록 내버려둔채 그 옆에서 아무리 화려한 굿을 하고 아름다운 풍악을 울린들 병든 창녀의 얼굴에 분을 바르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한강 되살리는 일을 정도기념 으뜸가는 사업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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