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산성 없는 일자리는 세금낭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올해 공공(共公)부문의 일자리 제공을 지난해보다 8만개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일자리가 적지 않게 보인다. 예절강사.문화재 설명 요원 등 과연 국민 세금으로 이를 지원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 든다.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 '고용 없는 성장'으로의 산업구조 변화가 앞당겨지면서 실업자는 우리 사회의 최대 해결 과제가 됐다. 지난해만 해도 청년 일자리는 19만3천개나 줄었고, 직장을 구하다 포기한 사람을 제외한 공식 실업자만도 82만5천명에 이르고 있다. 실업자들이 겪는 좌절감과 생계에 대한 위협,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경기 회복과 국민 복지를 위한 재정의 기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문제에서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하나의 복지 차원에서 생산성도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가 당장은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생계에 도움은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경제체제가 버틸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고 이것은 정부 재정에 막대한 짐이 됨으로써 인플레, 막대한 세금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산성이 없는 공공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유럽과 미국의 예로 보더라도 결국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만들기의 핵심은 민간 경제의 활성화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인들이 신이 나서 투자를 하고 공장이 활기차게 돌아가야 한다. 거기서 생산성이 올라가고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지 국민 세금으로 형식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봐야 국민 부담만 늘어 나는 것이다. 따라서 실업자 구제 혹은 생계 지원 차원의 일자리 제공은 가능하면 절제해야 한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구실로 정부 인력이나 조직을 키우려 해서도 안 된다. 직업 훈련 등 각종 예산 지원 프로그램도 기업체의 수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