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대외개방 서두른다-토지임대법 제정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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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은 최근 外資유치와 관련해 관세법.출입국관리법을 제정한데이어 5일 토지임대법을 공표했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는 일단 지난해 10월 채택한 대외개방법의母法격인 외국인투자법 후속으로 법률적인 틀을 마련,대외개방 의지를 가시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북한은 외국인투자법의 후속조치로 올 1월 외화관리법.세금법.자유경제무역지대법을 공표한뒤 지난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계기로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대외개방 법령 정비에 주춤거려왔었다.
그러나 이번 토지임대법등의 채택은 북한이 대외개방을 不動의 당면 목표로 삼겠다는 뜻을 재천명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즉,하루빨리 선진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경제난의 고리를 끊어보겠다는 정책 의지가 실려있다고 볼수 있다.
다만 북한의 개방관련 법은 전향적이지만▲모호한 조항▲북한당국의 자의성 개입소지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특히 勞務관리.회계제도등에 대한 세부법령이 없어 당분간 서방자본이 북한경제와 접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행착오가 우려되고 있다.
예컨대 南北간에 교착국면이 끝나고 經協이 본궤도에 오른다해도정작 개방관련 법의 조악성이 투자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않은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 북한의 개방관련 법령은 노무관리.보험.지적소유권.환경법등의 추가 제정과 함께 보완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북한이 外資유치와 관련해 공표한 법률은 합영법을 포함,모두 10개법.3개세칙이다(관세법.출입국관리법은 아직 공표하지 않음).
〈표 참조〉 이중 지난해 10월 제정한 외국인투자법이 외자유치 관련기본법의 성격을 띠고 나머지는 후속법안및 세칙격이다.
물론 북한은 84,85년 각각 합영법과 합영법시행세칙.합영회사 소득세법.외국인소득법을 채택,서방의 선진자본.기술 유치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의 폐쇄경제.사회간접자본 낙후등으로 外資유치는 미미한 수준을 맴돌았다.
91년말까지 외국과의 합영계약은 1백여건에 투자규모도 1억5천여만달러에 그쳤으며,그나마 대부분이 朝總聯계의 투자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91년 12월 羅津.先鋒지구를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포하는 대외개방조치를 단행했고,지난해와 올해 대대적인 개방법령 제정에 나섰다.이는 합영법을 근간으로 한 기존의 법령만으로는 외자 유치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 로 보인다.
외국인투자법등 새 외자투자법령의 특징은▲자유경제무역지대 설치▲외국인의 1백% 투자허용▲우대조치등 투자 유인의 확대로 요약된다. 민족통일연구원 諸成浩박사는『합영법이 외국인의 전액 출자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새 투자법은 외자유치에 대한 북한의 강한 의욕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새 투자법은▲토지의 50년 임대▲세제상의 각종 혜택▲이윤의 국외송금 허용등을 담고 있어 전향적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와관련,외국인 투자기업및 외국인 세금법의 적용세율을 중국보다 낮게 책정한 것도 주목된다.
뿐만 아니라 새 투자법은 합영법과 달리「공화국영역 밖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동포들도 이 법에 따라 투자할수 있다」(외국인투자법 5조)고 규정,남한 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새 투자법은 종업원 채용의 배타성과 북한산 원자재 우선 사용원칙 규정등이 북한당국의 지나친 간섭을 피하기 어렵게하는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또 분쟁발생시 북한 재판.중재기관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도록 돼있고,법적용에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많은 점도 투자의 독소조항이라 할수 있다.
이밖에 이윤등에 대해「국외로 송금할수 있다」고 했을뿐「외화로송금할수 있다」고 명시하지 않은 것등 모호한 조항이 많다.
무엇보다 對北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은▲정치적 불안▲개방.개혁에 대한 소극적 자세▲핵문제 해결에 대한 불명확한 태도등 법률외적인데 있다는게 대체적 시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董龍昇연구원은『폐쇄적 경제체제및 제도개혁 없이개방관련 법령정비만으로 서방자본의 획기적인 대북투자를 끌어내기는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韓千洙.兪英九.吳榮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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