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정주영씨 실형선고의 뜻-구속않고도 심리적 타격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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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선거법위반 혐의등으로 불구속기소된 現代그룹명예회장 鄭周永피고인(77)에 대한 실형선고는 경제적 기반을 이용,대권을 잡으려던 金權정치에 대한 사법부의 단죄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수있다.
재판부는 鄭피고인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기업을 배경삼아 정치적 야심을 이루려 했던 피고인의 범법행위에 대한 유죄이유를 판결문 곳곳에서 강경하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鄭피고인을 법정구속하지 않은데 대해 재판부는『불구속기소된 피고인의 경우 실형이 선고됐다 하더라도 법정구속하기보다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구속을 유예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古稀를 훨씬 넘긴 고령에다 정치은퇴를 선언한 피고인을 수감할 경우「정치보복」이라는 오해와 여론의 비난,예기치 않은 동정심을 유발할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구속하지 않더라도 그이상의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즉 鄭피고인의 경우 일단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심리적인 타격이 엄청나게 클것이 틀림없고 언제 구속될지 모른다는 압박감만으로도 응징효과를 충분히 거둘수 있다는 것.
게다가 행동마저 위축될수밖에 없어「항상 발목이 잡혀있는 셈」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70년대말 明洞성당 위장 결혼사건의 尹潽善前대통령도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지는 않았으나 계속 압박감에 시달리며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金槿泰씨 고문경관들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지 않았다가 2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었다.
梁三承부장판사는 판결전『변호인측은 과거의 정치사건치고 무죄가선고된 예가 없다며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으나 재판부는 철저하게법정에서 이루어진 변론만을 토대로 판단했다』며 판결에서 정치성이 배제됐음을 강조했다.
또 판결요지를 읽기전『재판을 할때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말고세력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라』는 성서 구절과 反핵데모를 주동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8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구류30일을 선고한 英國 재판부의 사례를 인용해 실형 선고를 예감케했다.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한 일부 혐의를 제외하고▲現代그룹 사장단회의에서의 지지요청(대통령선거법위반)▲자사 임직원들에게 現代重工業등 계열사주식 1천2백34만주의 불법매각(증권거래법위반)▲現代重工業 비자금 5백9억여원의 國民黨 선거자금 유용(횡령)등에 대해선 검찰측의 공소사실을 거의 모두 유죄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그동안 鄭피고인이 보여준 불성실한 법정태도에 대한법원의「불쾌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鄭피고인이 점심식사 약속이나 건강상 이유로 세번이나 재판에 불출석한 점등을 예로 들면서 재판부가「개전의 정」이 없다고 밝힌 것이나 이례적으로『피고인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나 사법부를 대하는 과정에서 법률의 존엄성을 충분히 인 정했어야 했다』고 鄭피고인의 느슨한 준법정신을 준엄하게 지적한 부분을 보면 알수 있다.
〈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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