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진치는 공무원” 사라진다/국회­종합청사 음성중계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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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회의내용 사무실서 듣고 답변서 팩스로/내년엔 CA­TV 중계… 의정감시 효과도
국회가 열릴 때마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국회의사당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시간을 낭비하는 비효율적 국회풍경이 사라지게 됐다.
여의도 국회와 과천종합청사간에 음성중계시설을 설치하여 오는 8일의 재무위부터 시험가동키로 했기 때문이다. 재무부 간부들은 이제 서류보따리를 들고 국회에 나오지 않아도 국회 재무위의 회의내용을 재무부 상황실에서 직접 듣고 그 자리에서 답변서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 답변서는 팩시밀리를 통해 다시 여의도로 전송돼 장관이 이를 참조하여 답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제도개선소위는 지난 7월 이같은 중계시설 설치에 여야간의 원칙적 합의를 보았으나 실시가 지금까지 미뤄져왔다.
여야는 행정부의 업무공백을 막는 등 효율성을 위해 중계가 바람직하다는 점에서는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회의과정이 전공무원에게 노출됨으로써 자칫 위원회 활동의 품위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극적인 추진을 망설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8월 정부에서 중계시설 설치를 정식으로 요청해와 운영위는 이를 전체회의에서 검토,『일단 1개 상임위에서 시범 실시한뒤 효과를 봐가며 확대하자』고 결정했다.
실험의 성공기준은 다름아닌 「복도에 공무원들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라는 점이다. 실제로 공무원들이 대폭 줄어들게 되면 다른 상임위에도 곧 확대적용하지만 별 효과가 없을 경우엔 시험운영될 재무위 중계마저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국회풍경은 내년이면 한층 더 달라지게 된다. 현재 국회가 추진중인 폐쇄회로 텔레비전(CA­TV) 중계가 내년말이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설계가 끝난 중계체제가 가동될 경우 국회 본회의장과 제2회의실(참의원 회의실)·제3회의실(1백45호실)에서 열리는 회의는 전부 TV로 생중계되며 모든 공무원들은 부처마다 설치된 폐쇄회로를 통해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의상황을 알 수 있게 된다.
더 큰 변화는 CA­TV가 95년부터 전국으로 보급될 경우 공무원들만 아니라 일반시민들까지 CA­TV의 공공채널을 통해 집에 앉아 국회의 주요회의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비해 운영위는 제3회의실을 공청회장으로 개조,중요한 정책결정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도 TV로 중계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정치의 질적수준을 향상시키는 효과와 연결될 수 있다. 공무원들뿐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의정활동을 지켜보기 때문에 의원들의 의정활동도 한층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별 내용없이 호통만 치고 주먹다짐까지 했던 의원들도 전국민의 시선을 의식해 내실있는 질의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관들이 국장은 물론 과장급까지도 대동하고 국회에 나가야 답변하는데 안심이 된다는 구태를 고집한다면 이러한 시설물들은 사장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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