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추가부담 연 1.25∼2.5%(금리자유화시대: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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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비성 대출”로 최고금리 적용/거래은행 자주 바꾸면 신용평가때 불리
금리를 묶는 족쇄를 풀어 신용 좋은 사람은 싸게,신용 나쁜 사람은 좀 비싸게 돈을 쓰게 하고 돈의 흐름이 경제논리에 따라가도록 하자는 것이 금리자유화의 뜻이다.
금리규제에 따른 여러가지 폐단을 들어온 대다수 국민들은 잘 모르기는 해도 금리자유화는 옳고 당연한 일로 여겨왔다.
그런 「보통사람」들이 이번 2단계 금리자유화의 세부내용을 알고 보면 당혹감을 느낄 법도 하다. 그동안 현실과 동떨어진채 묶여있었던 명목금리가 당장 다소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가계의 경우 금리 추가부담에 따른 반대급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보험대출도 올라
금리자유화를 하더라도 기업은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차피 꺾기 등을 통해 실세금리만큼 값을 물어왔기 때문에 자유화이후 명목금리가 오른다해도 수지타산이 그다지 달라질게 없다.
그러나 가계는 상황이 다르다. 각 은행들은 일반대출 최고금리를 현재의 연 10%에서 최고 11.25∼12.5%로 올릴 계획이다. 보험 개인대출도 1% 포인트 오른다.
가계대출은 「소비성대출」이라는 이름아래 대부분 종전처럼 일반대출 최고금리를 적용한다.
일부 은행에서 이제야 고객의 신용도에 따른 우대금리를 고려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무리 신용 좋은 우량고객이라도 개인이면 가장 신용 나쁜 기업이 무는 정도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금리자유화의 경제논리가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돈을 꾼 사람들은 연 1.25∼2.5% 포인트까지 추가부담을 지게 된다. 3천만원을 은행에서 꾼 사람이라면 한해 30만∼75만원을 더 물어야 된다. 일반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탁대출을 쓴 사람이라면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돈 꾸기가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로 나가는 대출을 꽁꽁 묶어놓고 있다. 은행의 전체대출금중 가계대출 비중은 불과 23% 정도다.
세계 최고수준의 저축률을 자랑할 만큼 열심히 저축해온 우리의 가계는 기업을 우선 챙기는 「성장 드라이브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금융정책 탓에 응당 받아야 할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처럼 우는 소리를 내지 않으니 「홀대」해도 그만이라는 당국의 발상도 담겨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기관도 불만이 크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우리도 신용 나쁜 기업보다는 수익성 높은 가계대출을 늘리고 싶지만 정부가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않고 경제정책 수단으로 취급하는한 먼 얘기』라고 말했다.
일부은행은 개인 고객도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다르게 적용할 방침이지만 당장 시행하기는 좀 어렵다. 금융기관들은 기업신용도 분석도 벅찬 실정이어서 개인신용도 분석은 부분적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가계대출 늘려야
상황이 이렇다하더라도 금리자유화 시대를 맞아 가계의 금융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개인도 앞으로는 신용과 이용실적을 쌓아야 대출때 혜택이 있으므로 여러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기 보다는 「주거래 은행」을 정해 꾸준히 거래해두는 것이 좋다. 은행에 따라 대출금리에 차이가 나게 되지만 이를 따라 거래은행을 자주 옮기면 신용에 문제가 생기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금융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금리자유화시대의 재테크 전략도 변화가 생긴다. 적은 돈을 굴리는 개인들이야 운용의 폭이 크지 않지만 예금금리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실세금리를 내다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대출금리는 계속 변하지만 정해진 금리(확정금리)를 적용하는 정기예금 등은 금리가 바뀌더라도 가입 때 금리를 보장받기 때문에 실세금리가 오를 것 같으면 좀더 기다렸다 들고 떨어질 전망이면 바로 들어두는 것이 정석이다.
이미 들어둔 2년 이상 정기예금의 경우 좀더 묻어둘 수 있는 형편이라면 해약하고 새로 드는 형식을 취하면 앞으로는 0.5∼1% 포인트씩 오른 금리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실세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이면 은행 신탁·투신사 수익증권·단자사 어음관리구좌(CMA) 등 실적배당 상품을,내릴 것 같으면 정해진 금리를 주는 확정금리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실세금리 늘 체크
금융기관의 선택도 중요하다. 이번 금리자유화가 2년 이상 예금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장기예금은 은행신탁·투신 등이 고금리 싸움을 벌일 전망이나 2년 미만 단기예금은 아직도 단자사가 경쟁력이 있다는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같은 예금이라도 앞으로는 은행간의 금리조건을 면밀히 비교해보고 들어야 한다.
문제는 금리전망인데 대개가 자유화 초기엔 오르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지만 통화당국의 움직임 등 워낙 변수가 많아 속단할 수 없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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