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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세대 TV고발서 관심-방송비리.시청자바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신세대들이 하이텔 통신망을 통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TV프로시청 의견이 최근 두권의 책으로 묶어져나와 관심을 끌고있다.
도서출판「책이 있는 풍경」에서 펴낸『방송비리?』『시청자바보?』가 바로 화제의 책.
프리랜서 김보경씨가 엮은 이 책들은 MBC-TV와 SBS-TV가 각각 하이텔 통신망에 개설한『MBC로 초대합니다』와『SBS에서 만나요』에 쏟아진 시청자 의견과 하이텔의 각종 대중매체동호회에 실린 방송관련 의견 3천여건중에서 6백 여건을 간추린것이다.컴퓨터통신의 가입층이 10,20대가 주류를 이룬다는 점에서 이 책은 소위「영상세대」로 불리는 신세대들의 사고를 엿볼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이 책에 나타난 신세대들의 특징은 화려하고 자극적이라는 통념과는 달리,비판력과 합리적 사고를 지녔을뿐 아니라 TV프로중에서도 유익하고 신선한 교양프로를 선호한다는 점이다.신세대들의 비판의 화살도 기성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오락프로로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MBC-TV의『특종 TV연예』와 KBS-TV의『연예가중계』,SBS-TV의『독점연예정보』가 같은 포맷으로 전파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오락 프로그램의 질이 대체적으로 저질이라고 비난했다.
외국 스타들을 대거 출연시키는 프로와 그들을 대하는 진행자들의 품위에 대한 지적도 눈여겨 볼만하다.
홍콩의 여배우 왕조현을 초대했던 MBC-TV의『일요일 일요일밤에』의 경우 초대손님이 우리말을 모른다고 해서 진행자들이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함부로 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외국 스타를 초대하는 행위와 듀스.잼.노이즈등 외국어로 된 인기 그룹들의 이름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토로한 시청자들이 많았다.
서바이블 게임용 모의 총기류가 살상위험을 안고 있다는 SBS-TV의 보도에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는 사실 또한 청소년들이 뉴스프로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오락프로들과는 달리 청소년 성장드라마인 MBC-TV의『사춘기』에 신세대 시청자들로부터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번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사춘기』가 폐지될것이란 소문을 들은듯,「사춘기 종영결사반대」「사 춘기는 아주 좋은 드라마」라는 제목으로 방송사측에『사춘기』의 계속방송을 촉구하는 소리가 높았다.
도서출판「책이 있는 풍경」의 김수남편집장(30)은 이와 관련,『가벼움과 화려함을 추구한다는 신세대들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인식은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방송사들이 조장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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