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호 인양서 재침몰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강풍으로 크레인 쇠줄끊겨/169시간 인양노력 물거품/작업개시 30분만에 옆으로 누운채 부상/선체 균형잡는 막바지 작업때 기상악화
전국민의 관심속에서 침몰 1주일,군경합동구조단의 철야작업 사흘만에 힘겹게 인양됐던 서해페리호는 인양 12시간만인 17일 오후 11시10분쯤 묶여있던 쇠줄이 끊어지면서 다시 침몰하고 말았다.
합동구조단이 철야작업을 통해 침몰여객선의 하단부에 터널을 뚫고 쇠사슬을 선체에 감아 기중기선인 설악호의 크레인에 연결,1백10t급 서해페리호를 1차로 끌어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사고발생후 1백69시간. 이날 인양작업은 새벽 1시 선미에 쇠사슬을 묶는 것을 시작으로 착착 진행됐다.
구조단지휘부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해 조류속도가 가장 떨어지는 17일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사이 인양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일정을 당겨 오전 9시부터 크레인의 활차를 가동시켰다.
이후 네가닥의 40㎜ 쇠밧줄 사이에 떠있던 작업용 바지선 선경호가 철수한 10시40분부터 4개의 인양레버가 본격 작동되기 시작했다.
11시쯤 선미쪽 쇠사슬과 쇠밧줄의 연결부위에 부착된 부표가 떠오르면서 선체의 윤곽이 드러나고 마침내 비운의 여객선 서해페리호가 포말을 일으키며 수면위로 몸체를 드러낸 시각은 본격인양 개시 30분만인 11시10분쯤.
뱃머리 부분에 새겨진 「서해훼리」가 선명하게 보이는 가운데 선체는 마스트가 인양도중 부러진 것을 제외하곤 선수를 위도쪽으로 향한채 오늘쪽으로 누운상태로 크게 파손된 부분없이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울어진 선체에 올라 배의 상태를 먼저 살핀 해양경찰대 신원섭경장(37)은 『뻘이 허리까지 차오른 선실안은 승객들의 시신이 각종 유류품과 엉킨채 떠다니고 시체가 부패하는 냄시가 코를 찌를 지경』이라며 선실내의 참혹한 모습을 전했다.
20여분만에 선체를 바로잡은 다음 지름 3인치의 펌프 6대를 동원해 배수작업을 끝내고 시신인양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오후 4시10분쯤 선체를 자체부력으로 물에 띄우기 위해 쇠밧줄을 천천히 풀다 한쪽으로 몰린 화물·뻘 등 1백여t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선체가 다시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이 때문에 구조단 관계자들은 바지선으로 실은 다음 예인하는 방안과 뻘을 모두 제거한 뒤 예인하는 방안을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6시쯤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더 이상 작업을 계속하기 힘들게 되자 구조단은 설악호와 페리호 및 구미함·황룡6호 등 군경선박 5척을 남겨둔채 나머지 선박들을 모두 철수하고 작업을 18일로 연기키로 결정했다. 서해페리호는 이날 밤 11시10분쯤 폭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크레인에 연결된 선수쪽 쇠밧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어이없게도 다시 바닷속에 잠기고 말았다.<부안=특별취재반>
□인양작업 일지
▲01:00 선미측 쇠사슬 결속
▲03:40 선수측 쇠사슬 결속
▲04:40∼08:00 쇠사슬과 설악호 쇠밧줄 연결
▲09:20 장력 시험
▲09:40 잠수부 투입,고리 연결상태 재확인
▲10:40 인양 레버 작동
▲11:00 선미부터 떠오르기 시작
▲11:05 잠수부 투입,선체 균형 확인
▲11:10 수면위로 완전히 떠오름
▲11:20 시체유실 방지 위한 객실주의 그물설치
▲12:20 구조대원 승선,배수·시체인양작업 재개
▲16:10 선체부력 시험중 선체 균형상실
▲17:00 기상악화
▲23:10 쇠밧줄 끊어져 재침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