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통해 준법 생활화하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문민시대의 개막과 함께 민주항쟁의 거점이었던 광주에서 화합과 놀이의 한마당 축제인 74회 전국 체전을 벌이게 되었다는 사실이 먼저 특기할만하다. 단순히 몇몇 선수가 경기에 참여해 기록을 경신했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계층간·지역간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함께 웃으며 서로를 부등켜안는 공동체 잔치로서 체전이 갖는 의미를 우리는 광주에서 실감하기 때문이다.
문민시대의 전국체전이 광주에서 열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화합의 의미는 강조될 수 있다. 또 화합의 기치를 드높이 세운 이상 광주체전이 그동안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마지막 계기가 되기를 우리는 기원하는 것이다.
스포츠가 지니는 본래의 의미는 참여를 통한 화합정신의 도출이고,그렇게 창출된 스포츠정신이 한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국력의 밑거름이 된다. 지난 시절의 반목과 갈등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문민시대에서 새로운 분위기 창출을 이번 광주체전을 통해 이뤄내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이번 광주체전은 어느 체전보다도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민족체전이다. 2백여명이 사망·실종된 기막힌 여객선 참사사건과 함께 시작된 전국체전은 환호작약의 즐거운 체전만이 될 수 없는 분위기다. 우리가 여객선 참사 사건에서 볼 수 있듯 한 사회 한 조직을 이루는 단위는 개개인이고,이 개개인의 잘못이 조금씩 쌓여 큰 불행을 자초하게 됨을 깨닫는다. 무릇 대형 참사의 원인도 결국 우리 모두에게 만연된 적당주의와 안일한 정신이 몰고 온 결과임을 알게 된다.
허술하게 만들어진 선박,경험없는 갑판장의 항해,나만은 타고 보자 식으로 올라탄 과적 요인 등 이 모두가 우리 사회 어디서나 벌어지는 한 단면일 뿐이다. 스포츠를 통해 게임의 원칙과 규칙을 지키는 법을 배웠고,위기를 극복하는 화합의 정신을 체득했다면 우리 사회의 구조가 이렇듯 엉망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엘리트체육 못지않게 사회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문민시대의 체육행정이 사회체육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해마다 한번씩 열리는 전국체전이 단순한 기록경신의 경기장이 아니라 진실된 의미에서 지역간의 화합과 민족 공동체의 즐거운 축제가 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를 통한 인간성 회복과 사회정화운동이 그래서 절실한 것이다.
여객선 참사의 슬픔을 딛고 다시는 이러한 원시적 사고가 이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게끔 우리 모두 제자리에서 함께 지키고 함께 가꾸는 정신을 체전이라는 스포츠 축제를 통해 배워보도록 하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