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웃사촌' 포용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선물까지 줘가며 '이웃 사촌' 끌어안기에 나섰다. 지난 12~13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 산업도시 몬테레이에서 열린 미주 특별정상회담에서였다.

가장 큰 선물을 받은 나라는 멕시코다. 회담장에 가기 직전 부시 대통령은 비센테 폭스 대통령에게 줄 보따리를 풀었다. 멕시코인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내 불법이민자(약 8백만명 추산) 구제방안을 발표했던 것이다. 부시는 또 폭스 대통령을 텍사스주 자신의 목장으로 초대했다.

두번째 수혜국은 캐나다다. 부시 대통령은 13일 폴 마틴 캐나다 총리와 조찬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이라크 1차 재건사업의 하청분을 포함해 앞으로 2차 공사(45억달러 규모)발주에 캐나다 기업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10년 전에 캐나다.멕시코와 함께 무관세를 목표로 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출범시켰다. 경제적으로는 큰 벽을 허물었지만 정치적으론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난해 이라크전쟁 때 두 나라는 미국에 등을 돌렸다.

미국은 독불장군식 외교로 국제적 지지를 잃어왔다. 이웃 사촌들과의 거리가 더 멀어져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미 국가들에는 통상정책과 관련, 상당한 양보를 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렇게 자세를 낮춘 것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의 성공적인 출발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쿠바를 제외한 미주 34개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을 이 협정에 대해 브라질.베네수엘라 등은 미국에 농업보조금 폐지 등을 요구하며 딴죽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부시 행정부는 이들의 요구대로 폐막 선언문에 FTAA 협상의 완료시점을 명시하지 않는 대신 "FTAA 추진 과정에서 각국의 경제수준과 규모를 존중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부시 대통령은 남미에도 빠르게 번지고 있는 에이즈 퇴치를 위해 약품공급 확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다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