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를 읽고] 날인 없는 유언장 효력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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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3일자 신문에서 한 재력가가 막대한 유산을 연세대에 기부한다는 자필 유언장을 남겨놓고 사망했는데, 유언장에 날인하지 않아 법적 효력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는 날인없는 유언장은 효력이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분 역시 이를 알았다면 대여금고 안에 소중히 보관한 유언장에 날인하지 않았을 리 없었을 것이다. 그 분이 유언장에 대해 미리 연세대 관계자들과 의논하지 않은 것은 생전에 자기의 뜻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고, 사후에 조용히 공개되기를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친척들에게도 비밀로 했을 것이다.

가족 측 변호사는 날인없는 유언장은 무효며 판례가 없다고 주장한다지만 판례는 늘 새로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판례집이 나날이 두꺼워지고 법학도는 새로운 판례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법은 글짜 그대로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믿는다. 어떻게 고인의 뜻을 산 사람들이 법이라는 잣대로 재단할 수 있겠는가.

박윤행.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