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막혀 年22조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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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고도 남을 돈이 한 해 동안의 교통혼잡으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개발연구원은 2002년 도로교통 혼잡비용이 22조1천3백5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3.7%에 해당한다. 2001년에 비해선 4.9%인 1조원 가량 더 늘어났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에 18조4천억원이 투입된 것을 고려할 때 1.2개의 경부고속철도 건설 비용이 길바닥에 뿌려진 셈이다.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 박사는 "지난 10년간 교통혼잡비용의 증가율이 연평균 13.49%를 기록할 정도로 교통혼잡에 따른 손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薛박사는 "차량의 증가속도에 비해 도로망 확충이 더딘 데다 시민들이 '나홀로 차량'을 타고 다니는 등 개인의 차량의존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통혼잡비용은 교통 정체 없이 정상 주행할 때와 교통 혼잡으로 정체되는 경우를 비교해 유류 소모비.시간손실 비용.감가상각비.제세공과금 등의 차이를 합산한 것이다.

이 가운데 도시지역 교통 혼잡비용은 12조9천8백43억원으로 전체의 58.7%에 달했다. 고속도로와 국도.지방도 등 지역을 잇는 도로교통 혼잡비용은 9조1천5백13억원이었다.

도시별로는 서울이 5조3천1백억원(40.9%)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 3조4백76억원(23.5%) ▶인천 1조6천24억원(12.3%) ▶대구 9천2백52억원(7.1%) ▶광주 8천7백69억원(6.8%) ▶대전 8천7백40억원(6.7%) ▶울산 3천4백83억원(2.7%)의 순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의 47.1%, 자동차의 46.5%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교통 혼잡비용은 전체의 56.1%인 12조4천2백1억원으로 집계됐다.

인구 1인당 혼잡비용은 부산이 연간 82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광주(62만원) ▶대전(61만원) ▶서울(53만원) ▶대구(36만원) ▶울산(33만원)이 그 뒤를 이었다. 차량 1대당 혼잡비용도 부산이 연간 3백3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차종별로는 승용차의 혼잡비용이 4조8천8백63억원으로 전체의 37.6%를 차지했다. 이어 ▶소형화물차 2조2천2백71억원(17.2%)▶대형버스 2조2천8억원(16.9%)▶택시 1조4천8백40억원(11.4%)▶소형버스 1조3천9백89억원(10.8%)▶대형화물차 7천8백72억원(6.1%)순이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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