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북한 祖平統.韓時海 숙청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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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내 온건파 對南.對美전문가로 꼽히는 祖平統 부위원장 韓時海의 숙청은 최근 핵문제해결에 있어 북한이 취하고 있는 강경책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은 최근 당초 예상을 뒤엎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협상및 남북대화에서 초강수를 두고 있는데 온건파 韓의 숙청은 최근 핵문제해결을 둘러싸고 북한 권부내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크다.
韓은 지난8월 동경에서 열린 해외범민족대회에서 행한 실용주의노선 발언이 직접적인 빌미가 되어 숙청되었다는 것이 우리 정보소식통의 분석이다.
물론 韓時海는 개인적으로 흠이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통일전선부 부부장(차관급)으로 재직중 담당분야인 미국에서 근무하던 盧철수 참사등 부하들의 수뢰사건으로 재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金正日의 측근인 그는 재교육을 받고난후 곧바로 복권돼활동을 재개했었다.
특히 그가 북한의 유엔가입과 관련,미국무부 솔로몬차관보의 북한측 창구역을 맡은데다 카터前미국대통령에게 방북초청장을 낸 미국통이라는 점도 음미해 볼 만하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북한핵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통보,지금까지의 對美 유화적 자세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미국측 인사와 교분이 두터운 그의 숙청은미국측에 대해 강경으로 선회할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韓이 6共시절 朴哲彦특보의 북한내 막후 카운터파트를 맡는등 대남 온건파였다는 점에서 그의 숙청과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정책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주목된다.
때문에 韓의 숙청은 북한 對南.對美관계를 담당하는 진영내 물갈이의 서막이라는 측면과 함께 다른 온건파 그룹들이 덩달아 실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관련,북한이 지난 8월초 대남전문가인 崔逢春남북연락사무소북측소장을 돌연 李성덕으로 교체한 것도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崔도 金正日의 측근이나 韓國과 美國을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양쪽과의 관계에 ■당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인물이나 교체후 무슨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韓이 숙청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북한권력내부에 강경파가 완전히득세했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북한은 여전히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한 羅津.先鋒지구에 대한 對서방과의 경협에 온힘을 쏟고있고,최근 일련의 강성기류는 대남한.미국과의 관계에서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고 기선을 잡아보겠다는전략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韓의 숙청은 최근 북한권부내 온건파들의 입지에 뭔가 변화가 있다는 신호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吳榮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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